=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이코리아] 물류창고와 같은 산업 현장에서부터 빨래, 청소 등 집안일까지 인간과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켓앤마켓은 올해 18억 달러 규모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8년까지 13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글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는 2022년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규모를 13억 6천만 달러로 평가했으며, 2029년에는 103억 5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인간을 위해 설계된 환경에서 작동하고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할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상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로봇 개발에 열심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로봇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진화하는 지능형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로봇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0년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열린 CES 2022에서도 로봇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는 더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의 적극적 도입으로 세계에서 로봇 자동화율이 가장 높은 국가지만, 기술력에 있어서는 선두주자인 미국에 비해 뒤처져있다. 지난 2021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120개 중점과학기술별로 주요 5개국(한국, 중국, 일본, EU, 미국)의 기술 수준과 기술 격차를 평가한 ‘2020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간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응형 서비스 로봇 기술에서는 미국과 2.5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난 구조 및 극한 탐사 로봇 기술과 스마트 제조 로봇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3년의 기술격차가 있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는 테슬라다. 테슬라가 개발한 옵티머스는 지난해 9월에 첫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약 172cm의 키에 56kg의 몸무게로 인간과 비슷한 체격과 형태를 갖추었다. 이에 따라 실제 사람이 활동하는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장점은 대량 생산이 예정되었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수백만 대에 달하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향후 5년 안에 출시할 예정이며, 테슬라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 운반용으로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또 가격은 대당 약 2만 달러(약 2600만 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은 23일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선보였다. 172cm의 키에 72.5kg으로 인간과 비슷한 체격을 지닌 이 로봇은 25kg을 들어 올릴 수 있으며, 배터리를 통해 4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다. 앱트로닉은 아폴로가 2024년 말 출시될 예정이며, 신차 한 대의 가격 정도에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 카데나스 앱트로닉 CEO는 “우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하기 싫은 작업도 할 수 있으며, 모든 도구를 다룰 수 있고, 인간의 작업 환경과 동일한 환경에서 작동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며 아폴로가 지향하는 목표를 밝혔다. 아폴로는 우선 물류, 제조 분야에 투입되었다가 장기적으로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될 예정이다.

일본 역시 대표적인 로봇 강국이다. 일본의 기술 기업 소니는 지난해 12월 자사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신속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있는 방법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타노 히로아키 소니 CT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소니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어떤 용도로든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할 충분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으며, 활용처가 명확해지면 언제라도 제작할 수 있다." "핵심은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에 있다."라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니의 자회사 SIE는 지난해 사람의 자세와 동작을 따라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EVAL-03'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로봇은 카메라에 촬영된 인물의 행동을 따라하면서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넘어지지 않으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족보행 로봇 '아시모'로 유명한 혼다는 최근 사람의 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혼다는 지난해 11월 사람의 손을 모방해 실용화를 목표로 한 로봇 '푸시'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캔을 구기지 않으면서도 캔뚜껑을 딸 수 있을 정도로 사람 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모방한다.

요시이케 다카히데 혼다 R&D 수석 엔지니어는 현재 혼다는 인간 손의 민첩성과 힘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AI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다의 로봇에는 훈련을 지원하는 AI가 있는데 이는 로봇 조작자가 시야에 있는 움직임과 물체를 기반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측정하고, 인간의 손이 자연스럽게 도구 를 감싸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모방하도록 한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의 로봇청소기 제조사 드리미 테크놀로지는 베이징에서 열린 '2023 WR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4족 보행 로봇, 무선 수영장 청소 로봇, 음식 배달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그 중 휴머노이드 로봇은 범용성 휴머노이드 로봇 중 최초로 커피 위에 크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떼아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오 유 드리미 설립자는 "앞으로의 10년은 범용 로봇공학에 있어 최고의 10년이 될 것이다. 로봇공학 분야에서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한 역량을 개발하다 보면 드리미가 범용 로봇의 시스템화 개발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국의 로봇 스타트업 푸리에 인텔리전스는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컨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R-1‘을 선보이며 주목받기도 했다. 푸리에 인텔리전스는 올해 말까지 GR-1 100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100대의 초도물량은 각지의 연구소로 보내져 연구개발에 사용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3년 안에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 케임브리지대 유튜브 갈무리
= 케임브리지대 유튜브 갈무리

인공지능 로봇이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 영상을 통해 로봇이 작업을 학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로봇은 4000시간 분량의 집안일을 하는 유튜브 영상을 학습해 연구자의 지시 없이 캐비닛을 열고 쓰레기를 버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영국의 연구진들은 동영상을 보고 스스로 요리법을 배우는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들은 로봇에게 샐러드 레시피를 입력한 뒤, 오렌지, 바나나, 사과, 브로콜리 등 식재료를 구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탑재했다. 그 뒤 사람이 샐러드를 만드는 영상을 본 로봇은 AI를 통해 사용되는 재료, 손의 움직임, 칼로 재료를 써는 방향 등을 스스로 학습해 스스로 샐러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AI 로봇이 10년 내에 집안일의 40%를 맡게 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일본 오차노미즈대 공동연구팀은 지난 2월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플로스 원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과 일본의 65명의 AI 전문가에게 일반적인 집안일과 간병 업무가 얼마나 자동화될 수 있을지 예측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인간이 가사에 소요하는 시간의 39% 가량이 10년 이내에 로봇으로 자동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쇼핑, 다림질, 설거지, 요리가 자동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분으로 관측됐다. 반면 자녀교육, 노인 요양 등 돌봄 분야는 28%만이 자동화 되어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게 될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AI 로봇 덕분에 사람들이 집안일이나 육아에 소비하는 시간 중 일부를 휴식이나 경력 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무급 가사노동을 가장 많이 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부유층, 중산층 가정만 로봇을 구매할 여력이 되는 만큼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고 덧붙혔다. 또 가사의 대규모 자동화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구진은 결과적으로 정책 입안자들이 무급 노동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고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신기술의 잠재적 이익과 비용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봇이 빠른 시일 내에 가사를 맡기에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예카테리나 헤르토그 옥스퍼드대 부교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고 택시를 대체할 것이라는 약속도 수십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가정용 인공지능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알리레자 모하마디 미시간 디어본 대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조화되지 않은 환경에 로봇을 배치한 다음 기본적으로 물건을 파괴하지 않고 움직이도록 할 수는 없다. 현재 기술로는 무리한 요구다."라고 지적했다. 물류창고와 같은 산업현장에서는 물체들이 고정되어 있고 위치가 정해져있지만, 갑자기 뛰어드는 반려동물과 같은 돌발요소로 가득한 가정에서는 로봇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AI에 수백만 개의 훈련 시나리오를 적용할 수는 있어도, 현실 세계에서는 AI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것을 만나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한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10년 이내에 약간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 다닐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는 있어도, 완전히 구조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 가사를 수행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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