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에서 최대 1천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BNK경남은행 창원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BNK경남은행에서 최대 1천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BNK경남은행 창원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부실한 내부통제로 인한 연이은 금융사고로 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경영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도 최고경영자(CEO)에게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묻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의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실효성도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5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경남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등 약 40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금감원은 이씨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간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검찰은 이씨가 빼돌린 회삿돈이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내부통제 부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실제 이씨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투자금융부에서 근무하며 같은 업무를 맡아왔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사고를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 또한 기업개선부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장기근무자였다. 은행이 내부통제의 핵심 중 하나인 ‘순환근무’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 

이 때문에 반복된 은행권 횡령 사고를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은행 차원의 내부통제 실패로 보고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임직원의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할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 부과하고, 내부통제 실패 시 CEO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사 CEO에게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금융사 CEO는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하며 구조도가 미흡하거나 허위로 작성된 경우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금융사 CEO는 전사적인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전반적인 임원 통제활동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하며, 금융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사 의견을 수렴에 제도개선 방안 내용을 구체화한 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입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 정무위원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단독 처리하자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며 지배구조법뿐만 아니라 다른 법안에 대한 논의도 중단돼버렸기 때문. 실제 여야는 아직까지 정무위 재개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내부통제 개선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지난해 발표한 내용보다 상당 부분 완화된 수준이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불완전판매·일정 금액 이상의 횡령· 전산 사고 등을 ‘중대 금융사고’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발생하면 CEO에게 해임·직무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리는 것을 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6월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에는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규정 및 CEO 처벌에 대한 내용은 빠지고, 기준이 모호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서만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한, 개선안에는 금융사 CEO가 상당한 주의를 다하여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한 경우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사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을 CEO에게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금융권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24일 논평을 내고 “현재 금융위원회가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내놓긴 했지만 실효성에서는 의문”이라며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 사고가 아니면 처벌할 수가 없고 중대 사고라고 할지라도 노력했다면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자인 경영진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어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은 금융회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재밖에 없다. 법 개정을 통해 대형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CEO의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또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의 적격성을 박탈하고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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