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24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여러 환경·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노란색 비닐 등으로 원전 오염수가 부산 앞바다에 밀려온 것을 표현하며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24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여러 환경·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노란색 비닐 등으로 원전 오염수가 부산 앞바다에 밀려온 것을 표현하며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일본이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과도한 우려가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1시경 해수 이송 펌프를 가동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 22일 각료회의를 열고 24일 방류를 개시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검색한 결과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총 343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염수가 방류되기 시작한 24일 하루 동안 무려 1061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발전소’, ‘도쿄전력’, ‘해양 방류’ 등이었다. 일본 정부가 방류하는 오염수의 공식 명칭으로 정한 ‘처리수’도 연관 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처리수와 오염수 중 오염수를 공식 명칭으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오염수 명칭 변경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는 표현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산물’과 ‘수산업계’도 오염수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 수산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

경향신문은 23일 기사에서 “수산물을 판매·가공하거나 식재료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입 감소 등을 걱정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 및 대형마트 관계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21~25일 보도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1~25일 보도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尹정부, 어느 나라 정부인가?” vs “오염수보다 가짜뉴스가 고약”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보도하는 언론은 논조는 두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일부 매체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한겨레는 24일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이웃 국가와 자국 시민들, 어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전세계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원전 폭발 사고 오염수의 장기간 바다 방류를 끝내 강행한 날로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기가 막히는 건 우리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도 끝내 아무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며 “일본의 방류는 끝내 감싸고 국민만 탓하는 이 정부가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한 번도 일본 정부를 만류하거나 항의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불안해하는 국민을 달래고,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선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국제 환경단체들은 한국을 일 오염수 방류의 방조 국가로 몰아세우고 있다. 국격 추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가 지나쳐 오히려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지적한 매체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에서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방류로 우리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와 다름없다고 설명한다”며 “후쿠시마 방류수가 우리보다 먼저 도달하는 미국, 캐나다에선 어떤 괴담도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그런데도 일부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기피하는 것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TV 방송들이 수산물 먹으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식의 주장을 매일 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피해는 우리 수산업계가 보고 있다. 15년 전 광우병 사태 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면 일본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25일 사설에서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물보다 더 고약한 상대는 그 위험을 과대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가짜뉴스”라면서도 “그래도 불안해할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빈틈없는 감시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서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 5년 뒤, 늦으면 10년 뒤에나 찾아오는데, 이를 둘러싼 가짜뉴스는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했다”며 “과학적 판단마저 부정하는 가짜뉴스 유포자들의 저열한 행태를 차단하려면 더 치밀한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자료를 들이미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지역 언론, 어민 피해 우려하며 정부 대응 요청

한편, 지역 언론은 오염수 방류로 어민들이 입을 피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남일보는 24일 사설에서 “동해안 어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염수 문제가 주목받으면 받을수록 어업인에게는 막대한 손해만 남는다”며 “양이 적고 많고의 문제를 떠나 방류 이후 동해안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어민들의 불안감을 전했다.

영남일보는 이어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정부는 지체 없이 일본 측에 방류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꼼꼼한 감시가 절대 요소”라며 “일본 측도 30년간 계획대로 오작동 없이 가동되고 있는지 모든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부일보 또한 24일 “문제는 현지 어민들과 우리 어민들이다. 오염수 방류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며 “어민들은 어업과 수산업 생산액 감소가 현실화하면 조속히 지원할 수 있는 범정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어민들의 입장을 전했다.

중부일보는 “ 비단 경인지역 수산업계에만 초비상이 걸린 것이 아니다. 오염수 방류 예고만으로도 매출 급락을 겪었던 상인들은 이제 살 길이 사라졌다며 절망에 빠진 모습”이라며 “소비자들의 심리를 살릴 방도를 정부나 지방정부가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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