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초기 방류 모습. 출처=도쿄전력(TEPCO) 홈페이지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초기 방류 모습. 출처=도쿄전력(TEPCO) 홈페이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도쿄전력이 공개한 해수 배관에서 최초로 오염수를 채취하는 모습. 출처=도쿄전력(TEPCO) 홈페이지 

[이코리아] 일본이 24일 오후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폭발하거나 붕괴된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건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일본 공영 NHK,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TEPCO)은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기 시작했으며, 아무런 이상 징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년 전 이 계획에 서명했고 지난달 국제연합(UN)의 자체 핵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후쿠시마 다이이치 발전소는 2011년 3월 규모 9.0의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강력한 쓰나미 파도가 발생해 원자로 3기가 녹아내린 후 파괴됐다. 이번 배출은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발전소를 폐쇄하는 핵심 단계이다.

후쿠시마 관련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방류에 앞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60여종을 필터로 거르고, 오염수 1톤(t)당 바닷물 1200톤을 섞어 희석한 뒤 표본을 채취했다. 

도쿄전력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물을 방출하기 전에 검사한 오염수에는 리터당 43에서 최대 6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삼중수소는 베크렐(becquerel·㏃)이라고 불리는 방사능의 단위로 측정된다. 

NHK는 "이는 일본이 정한 기준치인 리터당 1500베크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삼중수소 농도 관련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제한치는 리터당 1만베크렐이다. 

오염수는 해저 아래의 터널을 통해 이동해 해안으로부터 1킬로미터 밖으로 배출된다. 도쿄전력은 17일간 올림픽 수영장 3개 분량에 달하는 총 7800톤의 오염수에 바닷물을 섞어 1차로 방출한다. 방류량은 하루 460톤에 달한다. 

현재까지 누적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양은 모두 134만 톤이다. 여기에 앞으로 쌓일 오염수까지 더해, 모두 30년에 걸쳐 흘려보낸다는 계획이다. 2051년에 원전 폐로를 완전히 끝마친다는 전제 하의 계산이었다. 

다만 오염수 방류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일본 정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원전 폐로 완료가 30~40년 걸릴 전망인 만큼, 대략 2050~2060년까지는 방류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폐로 과정이 지연될수록 오염수 배출은 '바닥이 없는 구덩이'로 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일본 현지 언론들도 회의적인 모습이다. 

일본 행정부의 원자력 정책의 핵심을 담당하는 한 관리는 24일 니혼테레비와의 인터뷰에서 "30~40년 안에 폐로 과정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니혼테레비는 "일본 정부가 당초 예상한 폐로 완료 기간은 7.5년 정도"였다며 "그 이후에는 '30년' 또는 '최소 30년'으로 훨씬 더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도 2051년까지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목표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결론을 내리며 행정부의 대응에 비판적이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에는 약 880톤의 잔해가 남아 있는데,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접근한 사람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거 과정에서는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의 작동이 필요하지만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021년부터 2호기 잔해 제거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현재 목표가 2023년 하반기에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제거된 양은 몇 그램을 조금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사능 공포로 수년간 풍평(風評·뜬소문)을 겪은 일본 어업단체들은 여전히 ​​이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계속해서 어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점점 커지는 불안을 언급했다.

방류를 시작한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주변 바다의 방사성 물질 검사를 곧바로 시작했다. 일본 환경부 장관은 일본이 방류 지역 주변을 모니터링하고 일요일부터 매주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변국들의 반응은 어떨까. 

후쿠시마오염수 투기반대 대학생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오염수 투기 즉각 중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쿠시마오염수 투기반대 대학생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오염수 투기 즉각 중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대 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후쿠시마산 수산물과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는 국민적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전문가를 2주마다 현지에 파견해 철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일본 측이 방류와 관련된 데이터를 1시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해 우리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정부를 믿고, 과학을 믿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수산업 진흥책으로 수산물 소비 활성화 예산 640억 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지원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한 수산물 비축·수매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지원하겠다"며 "수산물 긴급경영안정자금을 5배 확대하고, 대출한도를 한시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IAEA 보고서와 자체 평가에서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기술적 측면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건물 안에서 후쿠시마오염수 투기반대 대학생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열었다. 

예고했던 기자회견이 대사관 밖에서 진행되는 동안, 일부 학생들이 내부로 진입한 것이다. 경찰은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1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일본 총영사관과 해운대해수욕장 앞에서 시민들이 모였고, 제주도민들도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다는 제주 민중의 삶의 터전"이라며 "오염수 방류는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주말에도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에서 규탄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북한 외무성은 24일 일본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데 대해 "인류에게 핵재난을 들씌우는 것도 서슴지 않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즉각 방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해온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조치에 나섰다. 

중국은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24일 오염수 해양 방류에 항의하며 공고문을 통해 "식품 안전과 인민 건강을 지키겠다"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은 2022년 중국에 약 6억 달러(약 7964억 4000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수출했다. 중국은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일본 수산물 수입국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으로의 수산물 판매는 지난해 일본 전체 수산물 수출의 악 42%를 차지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같은 날 즉각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게 즉시 철폐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세관은 금지 조치로 영향을 받은 특정 수산물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논평 요청에도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과는 별도로 홍콩과 마카오도 24일부터 10개 지역의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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