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보험 인수에 뛰어들면서,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의 매각 여부가 주목을 끈다. 최근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되지만, 경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먼 만큼 인수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정용석)는 MG손보와 대주주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MG손보는 지난해 4월 과도한 부채와 자본확충 계획 미이행 등을 이유로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예금보험공사의 관리를 받아왔다. JC파트너스는 금융위가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위와 JC파트너스 간의 소송전으로 인해 MG손보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 MG손보 매각은 관리 주체인 예보와 최대주주 JC파트너스의 투트랙으로 진행돼왔는데, 지난해 말 JC파트너스 주도의 매각 작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시드파트너스는 실사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올해 2월 예보 주도의 공개매각이 진행됐지만, 다른 보험사 매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수 비용이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인수의향서가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MG손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직 JC파트너스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MG손보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선 우리금융그룹과 내년 하반기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교보생명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보험·증권 계열사가 없어 은행·이자이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받아왔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이 IFRS17 아래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KB손보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보사를 인수할 필요는 충분하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JC파트너스가 MG손보를 인수할 당시 조성한 펀드의 출자자이자 대주단인 만큼 인수 과정에서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난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선언한 만큼 MG손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보생명 또한 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해보험업 라이센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생보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지주사 전환을 공식 선언했는데,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손보 사업권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MG손보가 M&A 시장 매물로서 얼마나 매력이 있느냐다. 1심 판결은 MG손보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변, MG손보의 킥스(K-ICS, 지급여력)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82.6%(경과조치 전 65%)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는 물론 보험업법상 최저 기준인 100%도 밑돌고 있다. 올해 1분기 1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되는 모양새지만, 건전성 지표를 기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더라도, 경기둔화와 업황 악화로 보험사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MG손보 인수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

KDB생명의 경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후순위채 상환을 위한 1425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데다, 구주가격을 인하하고 매각 후에도 2대 주주로 남아 경영정상화를 돕는 등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에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며 매각 성사를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MG손보의 경우 관리 주체인 예보가 산업은행과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MG손보는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3건의 경영유의사항을 통보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MG손보가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계획 수립과 관련해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관련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며, 대체투자 부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검토 및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MG손보가 2016∼2022년 신규 대체투자 중 현지실사를 진행한 경우는 약 19%에 불과했다. 또한, 금감원은 MG손보가 판매상품의 대부분인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초과해 보험손익이 지속적으로 악화한 상황에서도 손해율 개선 조치에 소홀했다며, 보험상품 손해율 관리와 판매전략 수립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소송 1심 결과가 나온 만큼 예보가 조만간 MG손보 매각 절차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MG손보가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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