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게임 유럽 누리집
= 비디오게임 유럽 누리집

[이코리아] 유럽에서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게이머이며, 45세 이상의 ‘그레이 게이머’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럽 최대의 게임 무역 협회 '비디오게임 유럽'은 현지시각 23일 연례 보고서(2022 All About Video Games – European Key Facts)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22년 유럽에서는 1억 2,650만 명이 게임을 플레이했으며, 이는 6세~64세 인구 중 53%에 달하는 수치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그레이 게이머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전체 게이머 중 45~64세 인구의 비중은 25%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00만 명 증가한 수치로 중장년층 게이머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의 45세~64세 사이의 인구 중 36%가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다.

= 미국 은퇴자협회(AARP) 누리집
= 미국 은퇴자협회(AARP) 누리집

지난 5월에는 미국에서 50대 이상의 게이머가 크게 늘고 있다는 미국 은퇴자협회(AARP)의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은퇴자협회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50세 이상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5%가 게이머였으며, 그 인구는 5,2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전체 게임 이용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그레이 게이머가 증가하는 것은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의 57.1%, 60~65세는 37.2%가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연세대 게임문화연구센터가 지난 2021년 공동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 가치의 재발견’ 보고서 역시 주목해야 할 현상 중 하나로 60대 이상의 게이머인 ‘그레이 게이머’ 집단을 꼽았다. 보고서는 디지털게임의 대중화에 따라 노년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게임 접근성이 상승했고, 젊은 시절 게임을 접했던 세대가 자연스레 노년화를 겪으며 노년층과 게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디지털게임 논의에서 더 이상 노년층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그레이 게이머가 증가함에 따라 게임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의 조사 결과에서도 고령 게이머의 69%가 최신 게임이 자신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은 것으로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66%의 응답자는 비디오 게임이 50세 이상의 이용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것으로 느껴진다고 답하는 등 그레이 게이머가 게임 산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노스이스턴 대학교는 지난 5월 ‘비디오 게임 산업이 노인을 무시함으로써 큰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Why the video game industry is making a big mistake by ignoring older adults)’라는 기사를 통해 노년층 게이머가 게임 산업에서 소외되는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밥 드 슈터(Bob De Schutter) 노스이스턴 대학의 게임 디자이너이자 부교수는 게임 업계는 여전히 노년층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설계하지 않으며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많은 50세 이상의 노년층 게이머는 1인칭 슈팅 게임과 액션 게임을 즐기기보다 캐주얼한 건강 게임이나 두뇌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러한 게임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러한 게임을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접근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업계가 노년층 게임 이용자의 의견을 더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 슈터는 "업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포용적인 개발팀을 구성해 고령 이용자를 아이디어 구상에 참여시키고,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여 그들이 진정으로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층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인구층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셀리아 피어스(Celia Pearce) 노스이스턴 대학 게임 디자인 교수 역시 게임 업계가 젊은 게임 이용자층에 집중하면서 그레이 게이머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어스는 “게임 업계는 플레이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젊은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라고 말하고, 젊은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노년 게이머는 소외된다.”라고 설명했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노년층이 게임을 하면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셀리아 피어스 교수는 외로움을 겪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을 위한 소셜 게임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면 더 많은 노년층이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요크 대학교는 디지털 퍼즐 게임이 노인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디지털 퍼즐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는 노년층은 20대와 맞먹는 기억력을 보였으며, 강력한 기억력 유지에 필수적인 주의 산만 방지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정보를 기억하는 기능인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 주목했다. 작업 기억은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노년층과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퍼즐 게임부터 전략 게임까지 다양한 디지털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해 어떤 유형의 게임이 기억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또 참가자들이 주의가 산만해진 상태에서 이미지를 외우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디지털 퍼즐 게임은 노년층의 기억력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실제로 노화의 징후 중 하나인 집중력 저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디지털 퍼즐 게임이 노인의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정신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정신 운동과 함께 정기적으로 디지털 퍼즐 게임을 플레이하면 노인이 건강한 노년 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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