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산불정보 시스템 누리집
= 캐나다 산불정보 시스템 누리집

[이코리아] 최근 캐나다는 재난 상황에서 뉴스 콘텐츠 공유를 차단한 메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메타는 지난 6월에 캐나다 의회에서 통과된 '온라인 뉴스법(Online News Act)'에 반발해 1일부터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온라인 뉴스법은 빅테크 기업이 현지의 뉴스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 언론사 등 뉴스제공자에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캐나다는 자국 내 뉴스 제작을 지원하고 캐나다인의 뉴스 접근권을 보장하며 가짜뉴스 등 허위조작 정보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온라인 뉴스법을 시행했다. 

반면 메타는 그동안 뉴스 매체들이 구독자와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콘텐츠를 공유해왔다고 주장하며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또 캐나다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메타가 이 법안을 합리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캐나다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메타가 뉴스 콘텐츠 차단을 유지하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는 지난 15일과 18일 각각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수만 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역대급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뉴스가 공유되지 않아 SNS를 통해 산불과 대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약 77%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이들 4명 중 1명은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캐나다의 국영방송 CBC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산불 발생 위치와 대피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이었지만, 메타의 뉴스 콘텐츠 차단으로 많은 사람이 중요한 재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옐로나이프 지역에 내려진 대피령에 대한 뉴스를 페이스북에서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뉴스 링크 대신 정보를 스크린샷으로 찍어 올려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메타가 국민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파스칼 세인트 캐나다 문화유산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 역시 메타가 필수적인 뉴스 콘텐츠를 이용자들로부터 차단하고 있다며 이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메타 측은 사용자가 버튼을 클릭하여 자신의 상태를 업데이트하고 친구와 가족에게 산불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안전 확인이라는 기능을 출시했다. 또 메타 대변인은 “이용자들은 여전히 우리 플랫폼에서 정부 기관과 긴급 서비스와 같은 신뢰성 높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SNS는 전 세계적으로 재난 상황에서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로 정착했다. 재난 상황에서 SNS는 실종자에 대한 정보 공유, 추가 피해에 대한 경고, 안전 점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나 안전한 피난처에 대한 전파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자연재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에서 SNS의 중요성이 부각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2년에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강타해 70조 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그런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허리케인 발생 당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의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SNS 이용자들은 대피 정보, 폭풍이 오기까지 남은 시간, 음식, 음료, 대피소를 찾을 수 있는 장소 등 중요한 정보를 SNS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했다. 또 국립 허리케인 센터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들이 제때 대피할 수 있도록 허리케인의 이동 방향과 영향권에 들어갈 지역을 공유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폭주하자 일본 전역의 통신망이 마비되었다. 이에 일본인들은 유일한 통신수단으로 남은 인터넷을 활용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안부를 물었다. 이에 주목한 네이버가 3개월 뒤 라인 메신저의 서비스를 시작해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6년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휴대전화 기지국에 정전 피해가 발생하며 전화가 먹통이 되었지만, 인터넷 회선이 살아남으며 SNS의 중요성이 또 다시 부각됐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사이에 안부정보를 간단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재해정보센터’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무너진 주택에 깔린 한 청소년이 라인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또 일본 정부는 지진 피해주민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어떤 지역에서 무슨 물품이 필요한지 파악했다.

한편 재난 상황에서 SNS의 역할에 대한 논쟁은 X (트위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X를 인수한 뒤 유료화를 밀어붙이고 이용자들의 하루 열람 가능 게시글 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재난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잡지 TNR은 지난 7월 ‘트위터의 죽음이 기후재난 정보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그동안 기후 위기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SNS였던 트위터의 변화에 대해 짚었다.

TNR은 재난 상황에서 X의 장점으로 언론인, 과학자, 기상학자, 공무원, 목격자 등 전문성을 지닌 고유한 커뮤니티의 일원들이 짧은 텍스트 게시물을 빠르게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속보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짚었다. 

TNR은 여러 텍스트 기반 SNS를 통해 오리건 주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 검색하며 이를 실험했다. X를 통해서는 기상청 포틀랜드 사무소의 공식 계정, 오리건 주 소방청, 북서부 기관 간 조정 센터, 오리건 연기 정보, 국립기상청 등 관계 기관의 업데이트를 빠르게 접할 수 있었으며, 지역 언론 매체, 기상학자, 과학자, 소방대원 등 전문들이 제공하는 정보에도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다. 반면 블루스카이, 마스토돈, 스레드 등 유사 SNS는 트위터 만큼 빠르고 유용한 정보를 접하기 힘들었다. 블루스카이에서는 산불에 대한 게시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으며, 마스토돈에서는 단순히 다른 출처로 연결되는 한두 개의 게시물만 검색되었다.

사만다 몬타노 매사추세츠 해양 아카데미의 비상 관리 조교수는 “트위터는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비상 상황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민주화시켰다. 비상 관리 기관 및 기타 대응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TNR은 지역 언론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X (트위터)는 뉴스를 전파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였으며 재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어서도 최고의 선택이지만, 머스크의 인수 이후 X는 유료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혐오 발언이 급증하는 등 급격한 정책 변경으로 재난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방식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랜 기간 트위터를 자연재해 정보를 알리는 재난 미디어로 활용해온 일본인들도 이제 트위터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지난 7월 무료 이용자들의 트위터 게시물 열람 횟수가 하루 600건으로 제한된 후, 트위터 사용을 중단하는 일본 이용자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야마구치 신이치 고쿠사이대 부교수는 “트위터가 '괴짜' 기업인인 일론 머스크에게 인수된 후 전 세계 사용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면서 “스레드가 소셜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참고자료

Dragović, Nataša, Vasiljević, Ðorđije, Stankov, Uglješa and Vujičić, Miroslav. "Go social for your own safety! Review of social networks use on natural disasters – case studies from worldwide" Open Geosciences, vol. 11, no. 1, 2019, pp. 352-366. https://doi.org/10.1515/geo-2019-0028

Molly Taft, “What Will Twitter’s Death Mean for Climate Disaster Information?” https://newrepublic.com/post/174647/twitter-death-climate-disaster-information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