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방사성오염수 방류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방사성오염수 방류일정 철회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24일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이 국제적인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류 일정이 발표되면서 주변국과 일본 현지에서도 방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교도통신·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약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오염수 134만 톤(t)이 보관돼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전체의 2.3%인 3만1200톤의 오염수를 먼저 방류하고, 이후 방류량을 늘려 30여년에 걸쳐 바다에 버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 주변국 반발은 거세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달 일본 정부에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대신 '대기 방출' 전략을 고려할 것을 공동으로 촉구한 바 있다. 

중·러 양국은 해양 방류 계획에 34억 엔(약 311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자체 추산을 인용하면서, 이는 대기 방출을 통해 오염수를 제거하는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양국은 일본의 선택이 "단순히 경제적 비용을 낮추기 위해 해양방류를 선택했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달 4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바다는 인류의 공유재산이지 일본 전용의 하수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22일 일본 정부의 발표 이후, 중국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시작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홍콩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를 실시했고, 중국 정부도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강화 등 추가 대응 조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871억엔)이었다. 홍콩은 755억엔으로 2위였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에서)수입이 멈추면 큰 손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후쿠시마현의 이와키시 어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의 7월 면담에서 "중국 등 해외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의 수산물 수출액 2057억엔 (약 1조8860억 원) 가운데 수출처 1위는 홍콩으로 25%였고, 2위인 중국은 22%를 차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직원이 상주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지만 "풍평(風評·뜬소문) 대책 등 우려는 불식되지 않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은 지난 21일 기시다 총리와 면담 후 "약속은 깨지지 않았지만 다 이뤄지지도 않았다. 안전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깊어졌으나, 사회적인 신뢰와는 다르다. 과학적 안전을 언급한다고 해서 풍평(風評·뜬소문)이 멈추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기시다 총리를 만난 사카모토 전국어연협회장은 정부 결정에 따른 조치에 대한 조직의 반대를 거듭 강조했다.

어촌계의 우려에 대응해 일본 정부는 총 800억 엔(약 7348억 원)을 들여 자국 어민을 위한 피해 대책을 마련했는데, 한국 등 다른 나라 어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의 8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9%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제공한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인식한다고 응답한 반면 15.0%만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호세이 대학의 시라토리 교수는 "정부가 지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출을 진행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기시다 총리는 전국적인 유권자 반발에 직면해 내각에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동안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마이 넘버(My Number) 국가 신분증 시스템을 둘러싼 등록 오류 및 기타 행정적 문제를 배경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는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 철폐의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EU는 지난달 13일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시행한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 철폐를 공식화했다.

EU 집행위는 다만 이날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서 "규제가 완전히 해제됐으나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면서 "여기에는 특히 오염된 냉각수 방류 장소 인근의 생선, 수산물, 해조류가 포함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 상품에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핵종 존재 여부가 감시돼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모든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EU 내 절차를 거쳐 내달 상순에 규제가 철폐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2021년에 식품의약국(FDA)이 수입규제를 철폐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를 발표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를 발표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확인과 점검 절차를 마련해뒀다"며 "일본 측에 개선을 요구할 사항이 있다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조치가 계획과 조금이라도 다를 경우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IAEA 후쿠시마 사무소를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고도 했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도 우리와 오염수 정보 공유를 약속하며 방류 첫날부터 후쿠시마 현장 감시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며 "다만 IAEA의 점검과 계획대로 처리되는지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고,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한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적은 없어 사실상 용인했다. 

한편,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 후, 55개국이 일본산 식품의 수입 금지를 포함한 규제를 도입한 가운데 현재 규제를 계속 시행하고 있는 국가로는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 러시아, 마카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7개 국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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