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 부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하반기에서 성장세가 이어질 거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2일, 올해 상반기 18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38억원(+48%)이나 증가한 것이다. 흑자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이 45%나 감소한 케이뱅크는 물론, 신한은행(-0.1%), 우리은행(-5.3%) 등 실적이 뒷걸음질 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NH농협은행(35.1%), 하나은행(33.9%) 등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는 압도적이다.

문제는 역대급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적발표일인 지난 2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장중 3만5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오후 1시 현재 카카오뱅크 주식은 전일 대비 50원(-0.19%) 하락한 2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적 발표 전날 종가(2만9650원)와 비교하면 4050원(-13.7%)이나 하락한 셈이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실적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로는 규제 우려가 꼽힌다. 실제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은 지난 17일 은행연합회 및 17개 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요청했다. 이 부원장은 “일선 영업현장에서 DSR 등 현행 대출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가계대출 및 특정 차주군에 대한 대출 증가 규모·속도가 해당 은행의 여신정책, 리스크관리 정책, 자본관리 계획 등에 부합하는 범위 이내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은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의 급격한 확대다. 실제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5.5조원으로 전분기(2.4조원) 대비 3.1조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00억원)와 비교하면 20배 이상 늘어난 것. 기존 시중은행에 주담대를 보유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카카오뱅크를 찾아 대환 목적으로 대출을 받으며 여신이 큰 폭으로 성장했기 때문. 가계대출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성장세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리경쟁력을 발판 삼아 주담대 시장에서 시중은행과 경쟁을 벌이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헀지만, 그 뒤에 숨은 ‘마이너스’ 요소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건전성 지표가 이전보다 나빠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0.52%로 전분기(0.58%)보다는 0.06%p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0.33%)보다는 0.19%p 높아졌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이 총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같은 기간 0.27%에서 0.42%로 0.15%p 증가했다. 

은행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선언과 함께 출범했지만, 여전히 플랫폼 수익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플랫폼 수익은 357억원으로 전년 동기(469억원) 대비 112억원(-23.9%) 감소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플랫폼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6%에서 3%로 3.6%p 감소했다. 투자자들에게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강점을 어필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것.

대주주 리스크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진출도 어려워졌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및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사업 관련 허가 심사를 보류했다. 

금리 할인은 물론 중도상환 해약금 면제 등 공격적 영업을 통해 여신 규모를 늘려온 카카오뱅크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실적발표 다음 날인 지난 3일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자부자산의 성장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이자수익 창출력의 제고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중도상환 해약금이 없는 특성상 최저금리를 유지해야 잔액이 유지되는 카카오뱅크의 상황을 고려하면 해당 자산의 성장에 대한 한계가치는 낮다고 판단된다”며 “성장과 마진의 상쇄로 목표주가 변동은 없으며, 시장가격 변동에 의한 괴리율 확대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며 하반기 성장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향후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개연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3분기 대출성장률은 10%를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 인터넷은행 비대면채널이 지적되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분의 약 60~70%가 타행으로부터의 대환대출이라는 점에서 높은 자체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에 대한 기여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이자비용 감소 등 사회 후생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카카오뱅크는) 업계 최저금리 주담대 위주로 대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 중인 잉여 수신을 대출재원으로 활용해 예대율을 크게 상향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외화자산 익스포져가 없어 타행들과는 달리 원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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