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연설이 마치 “극우 유투버의 독백”같았다며 비판하고 있는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야말로 “쓸모없는 독백”이었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코리아>는 윤·문 두 전·현직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쟁점을 부각시키려 했는지 비교해봤다. 

◇ 尹、‘공산주의’ 비판하고  ‘자유 민주주의’ 강조

윤 대통령 취임 후 맞은 두 차례의 광복절 기념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공산 침략’에 대한 비판과 ‘자유 민주주의’의 강조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며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운동은 거기서(일제로부터의 독립)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이후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도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독립운동가”라고 강조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강조는 윤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며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며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약속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그쳤다면, 올해는 강도 높은 비판과 국내 ‘북한 추종세력’에 대한 경고가 추가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남북의 현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라며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문제를 강조하는 대신 우호적인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부각하려 애썼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대북관계에 있어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추가됐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유엔사령부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국제연대의 모범”이라며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발언이나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는 내용은 두 차례의 광복절 기념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15일 오전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15일 오전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文, 주도적인 ‘남북대화’ 초점... 日 향해 과거사 문제 해결 요청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두 차례 광복절 기념사를 보면 윤 대통령과 정반대의 관점에서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우선 북한의 경우,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윤 대통령과 달리 문 전 대통령은 주도적인 남북대화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은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 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럴 때 북미, 북일 간 대화도 촉진되었고 동북아 다자외교도 활발했다”며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비판보다는 대화를 강조했다는 점도 윤 대통령과의 차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서 ‘공산’, ‘공산주의’ 등의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2개월 뒤인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남북과 북미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서로 간의 합의가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같은 해 9월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정상 간에 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면서도 과거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다른 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 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오히려 역사 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인식 부침에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의한 피해자 명예 회복과 보상,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구체적인 예로 들며 광복의 의미를 강조한 점도 문 전 대통령 기념사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제72주년 기념사에서는 가산을 처분한 뒤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 선생, 제72주년 기념사에서는 일제의 임금삭감에 반대해 농성했던 평양 평원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 여사 등을 언급하며 독립운동가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 尹·文 광복절 기념사, 관점은 달라도 논란은 비슷

전·현직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보여준 북한과 일본에 대한 정반대의 시선과 달리, 두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둘러싼 야권의 비판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가 지나치게 이념적이라며 국민을 ‘갈라치기’한다는 비판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5년 전에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첫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광복절 기념식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행사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광복절 기념식에서 “민중가요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통령 경축사는 ‘촛불혁명’으로 시작돼 ‘촛불’이 5번이나 언급됐다”며 이를 “광장의 시위 연장선상에서 승리를 확인하는 좌파정부의 축제”라고 폄하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첫 광복절 기념사는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된다.

제73주년 광복절에도 같은 맥락의 비판이 반복됐다. 자유한국당은 문 전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촛불시위’는 언급하고 ‘태극기 집회’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촛불’에 편향된 인식을 드러낸 것은 아쉬움이 크다 ... ‘태극기’도 ‘촛불’도 같이 인정하고 함께 포용할 수 있는 국민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도 방향만 다를 뿐 비슷하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인권・진보주의 운동가로 위장,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는다는 대통령의 말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으며,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이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민주·인권·진보로 위장해 패륜 공작을 벌이는 공산세력은 누구인가?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시민사회와 언론, 국민을 그렇게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라며 “오늘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없었다.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만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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