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최근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DGB대구은행이 불법 계좌개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에도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9일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일부 지점의 직원 수십 명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1000개가 넘는 증권계좌를 개설했다는 것.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일부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을 목적으로 이미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동의 없이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뒤,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은 증권계좌 추가 개설 사실을 고객에게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 발송도 차단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대구은행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미 지난해에도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대구은행에 경영유의사항 16건 및 개선사항 37건을 통보했는데, 여기에는 ▲명령휴가제도 운영 강화 ▲해외점포 내부통제 관리 강화 등의 내용에 포함됐다. 명령휴가제는 금융사가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불시에 강제로 휴가를 가도록 명령하는 제도로,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동안 금융거래 내역, 업무 내용 등을 감사하게 된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대구은행 다수의 부점은 명령휴가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었으며, 명령휴가 미실시가 성과지표에 반영되는 비중도 적고 별다른 인사상 불이익도 없었다. 또한 대구은행은 해외점포 내부통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서도 그 결과를 해당 점포에 공식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해당 점포가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불법 계좌개설 사태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달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고 있는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은행의 지속가능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으며,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지역에 더 두터운 지원이 가능하다”고 전환 취지를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이미 최저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한도 4%)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게다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권 경쟁촉진’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부합한다. 금융위도 지난달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금융회사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불법 계좌개설 논란으로 대구은행 내부통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적극 지원’에서 ‘신중 검토’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커졌다. 은행업 인가 요건에는 적절한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인 만큼, 반복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시중은행으로 발돋움하려는 대구은행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DGB금융지주 경영진에게 물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해당 사태와 관련해 고객 민원을 접수한 뒤 지난달 12일부터 자체 감사를 진행해왔으나 금감원에는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감원은 8일 외부 제보를 통해 사안을 인지한 뒤 긴급 검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대구은행이 해당 사태에 대한 은폐를 시도한 정황까지 드러난다면, 고객 신뢰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임원 징계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 징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은행의 주된 업무가 아닌 (증권대행업무 같은) 사업 확장 차원에서 진행하는 은행의 부수업무와 관련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모르겠지만, 지주나 은행장에게까지 그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있는지는 좀 더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은행업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관리 실패는 최고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포퓰리즘적으로 법규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제재하는 건 법률가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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