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이코리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 관행이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금융권 세대교체 바람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의 입김이 더욱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 회장은 이날 회추위원들에게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후임 회장이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4곳의 수장이 바뀌게 됐다. 앞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과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해 12월 용퇴 의사를 밝혔으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 1월 연임 도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일하게 CEO가 교체되지 않은 하나금융은 함영주 현 회장이 윤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3월 취임한 만큼 아직 임기가 2년 가량 남아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CEO의 ‘장기 집권’ 관행도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실제 이번에 용퇴 의사를 밝힌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취임한 뒤 3연임에 성공하며 9년째 그룹을 이끌어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또한 4연임을 하며 10년간 회장 자리를 지켰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 초대 회장도 9년의 임기를 보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회장직에 오른 뒤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조 전 회장도 2017년 취임 후 6년간 신한금융그룹을 이끌다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두 전임 회장 모두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연임이 확실됐음에도 용퇴를 결정한 만큼, 과거 ‘셀프연임’이라는 비판까지 불러왔던 금융지주사 회장의 장기 집권 관행이 더 이상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온 정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꾸준히 금융지주사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4일 8개 금융지주 및 5개 은행 지배구조 담당 임원이 참여한 가운데 ‘은행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킥오프미팅을 개최했다. 금감원이 TF의 주요 논의 과제에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를 포함시키고,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CEO 자격요건, 후보군 관리, 후보군 검증방식, 승계절차 개시시점 등에 대한 모범관행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상생금융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있었던 지배구조 이슈 후 KB가 첫 이벤트(회장 선임절차)를 맞는 만큼 선진적이고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가이드라인 진행 중 금융권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도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다 공론화해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선진국과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절차적인 개선 방안들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절차적 개선방안’은 금감원이 준비 중인 CEO 선임·승계 절차 관련 모범관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금융당국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KB금융은 오늘(8일) 6명의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한 뒤, 개별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오는 29일 2차 숏리스트(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2차 인터뷰, 심층 평가, 투표를 통해 내달 8일 최종 후보자 1인이 확정된다. 최종 후보자로는 차기 회장 육성 프로그램을 밟은 허인·이동철·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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