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현대자동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김흥수 부사장(왼쪽 사진). 왼쪽부터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삼성전자 부사장(EVP) 겸 삼성 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 마코 치사리(Marco Chisari)(오른쪽 사진). 사진=텐스토렌트 
왼쪽부터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현대자동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김흥수 부사장(왼쪽 사진). 왼쪽부터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삼성전자 부사장(EVP) 겸 삼성 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 마코 치사리(Marco Chisari)(오른쪽 사진). 사진=텐스토렌트 

[이코리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캐나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Tenstorrent)에 나란히 투자했다. 양사는 텐스토렌트의 자율주행 반도체 역량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전자장비(전장)로 변모하는 자동차를 비롯해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산하 투자회사인 삼성카탈리스트펀드(SCF)는 최근 텐스토렌트가 진행한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000만 달러(약 385억 원), 2000만 달러(약 257억 원)를 투자해 전체의 절반을 담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투자액과 이번 투자에 따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피델리티벤처스, 이클립스벤처스, 매버릭캐피탈 등도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텐스토렌트는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이후 AI 프로세서의 판매 사업과 함께 자사 반도체를 보유 및 맞춤화하고자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AI 및 RISC-V IP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와 반도체 협업에 나설 텐스토렌트는 현재 직원이 약 350여명으로, 엔지니어 대다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텐스토렌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켈러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입지적 인물로 불린다. 켈러 CEO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A칩, 반도체 회사 AMD의 CPU 라이젠 등 최고 성능 반도체 설계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테슬라에서도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작업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 회사의 자율주행 반도체 역량에 주목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자동차가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게 하는 신경망 처리 장치(NPU) 기반 AI 반도체가 필수인데, 텐스토렌트는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CEO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카탈리스트펀드가 이번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보여준 텐스토렌트에 대한 신뢰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인수,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 설립, 그리고 이번 텐스토렌트에 대한 투자 등 공격적인 혁신 기술 채택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 반열에 오른 것을 보게 돼 매우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의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김흥수 부사장은 "텐스토렌트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고성능 AI 반도체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에 최적화되고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AI 기술 개발과 관련한 내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차 한 대당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한데,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도 5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어 짐 켈러 CEO는 "삼성은 오랫동안 전자업계를 선도해 왔으며 이번 투자를 공동으로 주도하기 위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부사장(EVP)겸 삼성 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인 마코 치사리는 "삼성카탈리스트펀드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파괴적인(disruptive) 아이디어에 투자한다"며 "텐스토렌트의 업계 선도적인 기술, 경영진의 리더십, 공격적인 로드맵은 SCF가 이번 펀딩 라운드를 공동 주도하게 만든 동기가 됐다. 텐스토렌트와 협력해 AI 및 컴퓨팅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텐스토렌트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본은 제품 개발, AI 칩렛의 설계 및 개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가속화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텐스토렌트는 지난 5월 LG전자와도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맞손을 잡았다. 이번 투자 유치로 한국 기업과의 AI 협력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삼성전자, 현대차의 이번 AI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메가 그룹들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려고 투자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면서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관련 기업의 전장 시장 진출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차량반도체의 경우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들 차만의 특색을 찾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범용 반도체보다는 직접 만든 반도체를 통해 더 경쟁력을 가지려고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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