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년 만에 폭염 위기경보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까지 격상한 가운데 2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공원 바닥분수에서 여학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4년 만에 폭염 위기경보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까지 격상한 가운데 2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공원 바닥분수에서 여학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폭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영리 기후변화연구그룹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일일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5단계로 나타내는 ‘기후변화지수’(CSI·Climate Shift Index)라는 지표를 개발했는데, 숫자가 클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강하며 감지된다.

연구진이 전 세계 200개국 4700개 도시의 7월 기온을 분석한 결과, 세계 인구의 81%에 달하는 65억명이 지난달 최소 하루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20억명은 CSI 3단계 이상의 강한 영향을 겪어야 했다. CSI 3단계는 가장 낮은 단계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세 배 이상 더 받았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피해는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소방 당국에 따르면,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1일 경북 영천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을 더하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총 23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명)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농가의 피해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열을 체외로 잘 방출하지 못하는 가축이나 공장식 축사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경우 폭염 피해에 매우 취약하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가축의 폭염 피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상 관측 사상 폭염 일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18년 돼지와 가금류의 손해액은 각각 910억원, 504억원으로 집계됐다. 돼지는 체내에서 발생한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능력이 약하며, 가금류는 깃털 때문에 체온 조절이 어렵다. 게다가 돼지와 가금류는 대부분 공장식 밀집축사에서 사육돼 폭염에 따른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실제 폭염 일수가 7.7일에 불과했던 2020년 돼지와 가금류 손해액은 각각 283억원, 85억원으로 2018년 대비 각각 31%, 17% 감소했다. 만약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폭염 일수가 늘어난다면 관련 농가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도 폭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해외 보험사에서는 폭염 피해와 관련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폭염 보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스미모토 생명이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열사병 특화 보험을 출시한 뒤 관련 보험상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미모토 생명의 열사병 특화 보험은 보험료가 1일 100엔으로 계약자가 직접 보험기간을 설정할 수 있는데, 지난해 6월 기온이 급격히 오르자 당월 29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6천 건 이상의 계약이 체결됐다. 

손해보험사인 손포재팬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열사병 관련 상해보험 특약 대상을 23세 미만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했다. 도쿄해상 또한 올해 6월부터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와 제휴해 열사병 입원 보험금 지불과 의료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인도에서는 폭염 피해에 취약한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이 출시됐다. 지난해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9°C 이상으로 오르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발생률이 약 30배나 증가했는데, 가사와 노동을 병행하는 인도 여성들의 경우 폭염을 피해 근무하기가 어려워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록펠러 재단은 올해 5월부터 소액 보험 스타트업기업인 블루마블 및 인도 여성노동조합과 제휴해 평균 기온보다 높은 폭염 상황이 3일 이상 이어지면 줄어든 수입을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을 출시했다. 대상은 염전, 폐기물 재활용업, 노점상, 농부, 건설업, 선박업, 가내수공업자 등 다양한 직종의 인도 여성 노동조합원 2만1000명으로 보험금 지불 기준을 충족하면 일당에 해당하는 3달러가 가입자의 계좌에 자동으로 입금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지구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며 폭염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 폭염으로 인한 노동, 농촌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점차 늘어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증가로 향후 파라메트릭 보험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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