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LS그룹 새만금 산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LS그룹 새만금 산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LS그룹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8400억 원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 제조 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군산시·한국농어촌공사는 이 같은 내용의 투자협약을 LS그룹과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새만금 국가산단이 지난달 20일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첫 성과이다.

LS그룹은 연내 새만금 산단 5공구(338천㎡)에 공장을 착공하고 직원 1450여 명을 신규로 채용할 계획이다. 투자는 2028년까지 1차 전구체 생산, 2차 황산메탈 생산 순으로 진행된다.

투자협약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새만금 국가산단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이후, 첫 대규모 투자유치를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협약식에서 "이번 투자는 이차전지 소재를 국산화해 안정적, 독자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1차 전구체 생산을 위한 투자사업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주)의 '2차전지 양극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식도 진행됐다.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주)는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와 하이니켈 양극재 전문회사 ㈜엘앤에프가 합작 설립한 양극재 생산 신규법인이다. 이들 기업은 현재 기업 결합 중이며 LS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80%에 달하는 양극재 수입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이차전지 초강대국 'K-배터리'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된다.

이번 LS그룹의 새만금 투자는 사업 확장이 용이한 대규모 부지, 우수한 기반시설, 공장 가동에 필요한 기반시설(유틸리티) 여건, 신속한 일괄·통합(원스톱) 서비스 등을 높이 평가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LS그룹은 재계 서열 16위로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되어 전기, 전력, 에너지 소재 등의 분야에서 132개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국가 미래첨단전략 사업인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분야에도 진출해 영역을 확장 중이다.

협약식에는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강임준 군산시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허제홍 엘앤에프 이사회의장, 명노현 ㈜LS대표이사,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지역 국회의원, LS계열사 대표이사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새만금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총 31개 기업, 6조6000억 원의 투자유치 실적을 거두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9년간의 실적 4배를 초과한 성과로 창출되는 직접 일자리만 6346개에 이른다.

LS그룹 구자은 회장은 "새만금은 우리 LS그룹의 이차전지사업 핵심 거점이 될 것"라면서 "비철금속분야 최고 경쟁력을 가진 LS와 양극재 선도회사인 엘앤에프가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하여 한국 배터리산업의 미래 성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의 중간단계로, 원재료인 정련된 황산메탈(니켈·코발트·망간 등)을 혼합하여 제조된다. 전구체의 경우 그동안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서 전구체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5.3%에 달했다.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임에도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이다. 전구체 수입 비중이 90%가 된 배경에는 가격경쟁력 때문으로,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한국업체들의 원가절감이라는 가격 논리가 결합된 것으로 분석된다. 

LS는 엘엔에프와 전구체 조인트벤처(JV) 설립(55:45)을 통해 전구체 생산에 진입하게 되었고 그 규모는 2026년 2만톤, 2027년까지 4만톤, 2029년까지 12만톤이다. 투자 규모는 1차와 2차를 합쳐 3050억 원 정도이며 전량 엘엔에프에 납품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S는 자회사이자 동제련회사인 MnM이 있기 때문에 금속 소재에 대한 조달 및 가공에 노하우가 있다 판단된다"며 "특히 부산물로 생산할 수 있는 중간 소재들이 있어 원가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3750달러를,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에 국내업체들은 IRA를 계기로 전구체 생산량 증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화학도 전구체 내재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LG화학과 고려아연자회사 켐코는 합작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울산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국내 최대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 글로벌 전구체 기업인 거린메이(GEM) 등과 함께 지난 3월 1조 2100억원 규모의 새만금 전구체 생산 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30만대 분량인 5만톤(t) 규모(연산)의 배터리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K배터리가 글로벌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총력지원체제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국가 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새만금을 포함 청주·포항·울산 등 4개 지역을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기로 의결했다. 국내 배터리 생태계 기반 확충을 위한 정부의 파격적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들 지역은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30조원 이상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중요한 과제는 투자자금의 적기 공급"이라며 "향후 3~5년 동안 안정적 투자자금 확보가 절실하며 정책금융이 민간금융투자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더 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원자재의 경우 중국의 투자를 받은 국내 합작 공장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이차전지 관련 10여 년 전부터 한국기업과 합작 관련 제안들이 많았다. 현재 이미 준공돼서 진행 중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공급망 이슈가 중요해지는 환경에서 앞으로 중국과의 합작 형태의 우회 전략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합작은 곧 이윤만큼 서로가 위험성도 함께 나눠 갖는다는 뜻"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배터리에 있어 소재 국산화와 해외수입 다변화 및 우리만의 독자적인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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