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책금리차와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추이. 자료=국제금융센터
한미 정책금리차와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추이. 자료=국제금융센터

[이코리아]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직 튼튼한 만큼, 급격한 유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5~2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5.00%~5.25%에서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상된 조치다. 연준은 지난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말 금리예상치를 기존 대비 0.5%포인트 오른 5.6%로 상향하면서 연내 두 차례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한동안 정책을 제약적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데이터에 따라 오는 9월 FOMC에서도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연준의 결정으로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게 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바 있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해 9월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역전된 뒤, 10개월 만에 2.0%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 금리차가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수준까지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미국보다 수익률(금리)이 낮은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 만약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품 가격도 함께 올라 국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금리차 확대만으로 자금유출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과거 세 차례의 한미 금리역전 시기에는 외국인 증권투자(주식+채권) 자금이 모두 순유입됐다. 최근에도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확대된 5월 이후에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았다는 것.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한 ‘한미 금리 역전 심화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 내외금리차가 역전되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유인이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한국과 여타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책금리차와 자금유출입의 연관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한국 외에도 정책금리가 미국과 역전되어 있는 말레이시아, 일본, 호주 등은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이 순유입을 보이고 있으며, 반대로 미국보다 금리수준이 높은 폴란드 등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이유로 ▲환헷지에 의한 초과수익 ▲금리하락 기대 ▲원화채권 투자의 안정성 등을 꼽았다. 달러 기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위험을 헷지하면서 원화국채에 투자할 경우 미국국채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한 데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중장기물 국채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 또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국가신용도가 높고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일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정책금리 차이보다 환헷지 여부 등에 따라 실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수준, 향후 금리 전망, 투자대상국의 금융안정 등이 투자의사 결정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앞으로 국내 외화자금 사정이나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등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유인이 감소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는 한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위험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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