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는 모습.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15곳을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사진=뉴시스 
사진은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는 모습.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15곳을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전국 15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철근 누락'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가 민간 아파트로 점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는 모두 293개다. 

2017년 이후 준공된 단지들인데 이 가운데 64%에 이르는 188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고, 105개 단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 단지는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채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LH가 발주한 공공주택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량판으로 시공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부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지들은 2017년 이후에 LH가 무량판으로 발주하여 시공사를 선정한 91개 단지 중에 15개 단지에서 기둥 주변의 보강 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측은 "이미 15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보강조치에 착수하여 완료한 곳도 있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며 "나머지 8개 단지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착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설계도면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초음파로 철근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살피는 '비파괴 검사', 콘크리트 강도 조사도 진행된다. 이를 통해 철근이 얼마나 빠졌고 어떻게 보강 조치를 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앞서 LH가 발주한 91개 단지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4개월이 소요됐다. 이에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를 전부 조사하는 데는 최소 3~4개월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추천하는 안전 진단 전문 기관을 통해서 안전 점검을 할 것이고, 안전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전문 진단을 통해서 보수·보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달 중 점검 일정과 방법을 발표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민간 아파트 전수 조사 방침이 전해지자, 자체적으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단지를 파악하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철근 누락' 논란에서 특정 아파트 구조가 부각되면서 막연한 공포심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가 위험하고, 못 쓸 방식이 아니다. 무량판 구조물 관련 일련의 붕괴 사고는 무단 설계 변경과 부실한 시공, 감리 등이 겹치면서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량판 공법은 내력벽이나 수평 기둥인 보 없이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다. 과거엔 벽으로 천장을 지탱하는 내력벽(벽식 구조) 아파트가 일반적이었지만, 2010년 이후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무량판 공법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벽, 기둥처럼 진동과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적어 층간소음 잡기에 탁월하고, 층고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퍼진 공법이라 제대로만 지었다면 공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설계, 시공이 잘못되면 천장이 그대로 무너져 내릴 우려는 있다. 1990년대 붕괴 사고가 난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LH측은 2017년부터 지하주차장 건설 때 무량판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전에는 라멘공법이 쓰였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31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라멘 구조는 균열과 처짐을 막는데는 유리하지만 무량판 구조는 라멘에 비해 인건비가 적고 층고가 낮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무량판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를 보면 보 철근 및 거푸집 감소로 연간 LH가 751억 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주차 폭 확대를 통해서 주차장 배치도 원활해져 입주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수조사 대상 민간 아파트의 주거동에서까지 철근 누락이 확인되면 사회적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단지별 하자보수예치금을 활용해 무한 보강에 나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배상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야할지도 논란거리다. 현재 공사 중인 곳들은 전면 재시공 요구가 뒤따를 수도 있다. 또 건설사가 이미 폐업했다면 책임 소재 자체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향후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에 전담감독기관 설립 및 선진국형 발주 방식인 시공책임형 CM(건설사업관리)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 공동주택의 경우 LH는 2017년부터 총 4만1342가구를 대상으로 5조2000억원 규모의 시공책임형 CM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업계에서는 단순 규정 및 제도 강화로는 원칙 준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자재비 등 공사비 증가가 업계현안이었다. 모든 변수가 동일한데 업무만 늘어난다면 원칙 준수는 어렵지 않겠나. 표준형 공사비가 적용되는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에선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도적 개선'보다 '실행역량'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론적인 이야기라도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무량판 구조는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면 문제없다. 원론적인 얘기라도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준수에 수반되는 비용의 증가가 있다면, 이를 공사비에 적절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건설생산품의 품질확보와 현장안전에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면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인지해야 한다"며 "원칙 준수를 유도하는데 적합한 패널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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