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면관수 기법으로 배양되는 모종.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저면관수 기법으로 배양되는 모종.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지난 7월 26일부터 3일간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AFRO 2023)’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참가한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종자를 기르거나 생육을 조절하는 기술, 로봇으로 작황을 검사하는 기술, 자율주행 트랙터 등으로 수확하는 장치, 육고기를 시험실에서 배양하는 기법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선보였다. 식품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롯데벤처스 등의 기업들도 전시회에 부스를 설치했다.

과거 밭에 뿌려지던 씨앗은 이미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공장에서 모종으로 대량으로 생산된다. 한 캐나다 기업은 전시회에서 씨앗을 넣고 물만 주면 모종이 생장하는 특수한 배지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식물의 잎에는 물을 주지 않고 뿌리에만 물을 주어 생육을 극대화하는 ‘저면관수 기법’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의 수경재배는 식물에 물을 흘려주는 것이 아니라 뿌리 부분에만 선별적으로 물을 직접 분사하는 방법으로 변모했다. 일부 기업들은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파장을 선별하고 해당 파장의 빛을 강조하여 생육단계를 조절하기도 한다.

점차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식물의 작황을 관리하고 수확하는 전과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토지에 매립된 수분센서는 물기를 감지하고, 사물인터넷 (IOT)기술은 적정량의 물을 분사하여 물자원을 아끼면서도 최상의 생육조건을 유지한다. 

최적의 파장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최적의 파장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인공지능 로봇들은 농장을 돌아다니며 카메라로 토마토 등의 숙성도를 검사하고, 사람을 대신하여 수확한 농작물이나 비료를 운반하기도 한다. 플루바라는 기업은 전시회에서 승용차나 버스, 트럭에 적용되는 자율주행기술을 트랙터에 채용했다. 트랙터는 차선이나 표지판이 없는 밀밭에서 사전에 설정한 주행로를 따라 정확하게 움직인다.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히 시각적인 관찰만으로 가축의 질병이나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몸무게도 정확하게 추정해낸다. 다양한 로봇들은 가축들을 안심시키면서도 위생적으로 우유를 짜내고 있다. 한편 사료나 육성 방법의 개량은 ‘오메가3’ 등 특정 성분이 강화된 계란이나 우유, 고기의 생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푸트테크 기업들이 이미 콩이나 버섯을 활용하여 인조고기를 만들었다. 필자는 이러한 인조고기에서 가끔씩 조금 건조해진 메주를 씹는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의 푸드테크 기업들은 아예 3차원 디지털 프린터로 조직과 지방, 힘줄을 가진 껌모양의 조그만 패드를 제작한다. 그리고 이를 피와 유사한 붉은색 배양액에 넣고 상당한 기간 성장시켜 인조고기를 제조한다. 

이러한 제품은 비건식품과 달리 식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고기와 동일한 맛과 질감을 선사한다. 실험심에서 제조되는 고기는 기존의 육류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일 수도 있다.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고기는 목장에서 생산되는 고기보다 에너지를 45%, 온실가스를 96%나 줄일 수 있다.

3D프린터로 모양을 잡고 배양하는 인조고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3D프린터로 모양을 잡고 배양하는 인조고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개선은 비건식품에 대한 인기 증가로 이어진다. 식품기업 CJ는 비건브랜드인 알티브(Altive)를 전시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필자가 CJ의 비건우유나 단백질 제품을 직접 시식해보았더니 아직은 두유맛이 다소 강하게 느껴졌다. 한편 식물로 제작된 인조계란은 오믈렛으로 만들 경우 달걀과 유사한 질감을 선사했다. 

10년 전인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에서 하층민들이 바퀴벌레 등의 곤충으로 만든 양갱을 먹는다. 양갱(羊羹)의 한자적인 의미는 양고기국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팥이나 우무로 만들어진다. 다수기업은 이미 곤충으로 반려동물들이 즐기는 양갱과 같은 단백질 간식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간식에 사람보다 거부감이 적다. 이를 만드는 업체들은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관련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단백질 간식에 곤충을 사용하는 것은 가축의 사육에 비하여 이산화탄소를 겨우 0.03%만 발생시킨다고 한다.

곤충은 식재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물질의 원료생산에도 활용된다. 곤충을 미생물 등으로 가공하면 다양한 제품이나 잉크 등의 원료로 개량이 가능하다. 

백삼이나 맥주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컵.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백삼이나 맥주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컵.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 내에서 유통되는 농산물 중 14% 는 소비자들에 의하여 소비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푸드업사이클링 기술은 식품의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최종 부산물의 양을 줄이고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의 조리기구나 식기는 폴리에틸렌(PE)나 폴리프로필렌(PP)이 주를 이루나 최근의 식기는 대나무, 사탕수수, 맥주박 또는 왕겨로 제조된다. 물론 단가는 아직 플라스틱보다 비싸지만 자연계에서 분해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던 백삼찌꺼지, 맥주찌꺼기, 커피찌꺼기는 컵이나 용기로 재탄생하여 색다른 질감과 시각적 편안함을 연출한다. 생굴처리 공장에서 쓸모없어 버려지던 굴껍데기는 매우 가볍고 산뜻한 탄산칼슘 소재의 바닥 타일로 변모하기도 한다.

필자가 탑승한 자율주행 트랙터의 내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필자가 탑승한 자율주행 트랙터의 내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인공지능 기술은 식품의 배송과정, 특히 신선하게 냉장상태를 유지하는 콜드체인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첨단기술은 감자나 고구마, 양파 등 비정형의 농산물을 시각적으로 판독하여 자동으로 개별 가격을 산출하고 총액을 계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일부 진보된 알고리즘은 사람의 기호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 균형잡힌 식단을 작성하다. 관련 시스템은 위 식단을 토대로 밀키트를 제작하고 이른 아침 각 가정에 배송되도록 한다. 일부 인공지능은 사람의 기호에 따른 최적의 요리법을 주부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현재 푸드테크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유니콘기업은 전세계에서 62개 정도로 알려졌다. 컬리나 오아시스마켓 등의 한국의 일부 푸드테크 기업가치도 이미 1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농식품 관련 신규벤처투자는 약1,246억원으로 아직 전체 벤처투자규모의 0.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ESG경영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가, 인공지능이나 데이터분석 기술의 발전은 푸드테크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점차 증대시킬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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