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26일 올해 장마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하늘의 먹구름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기상청은 26일 올해 장마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하늘의 먹구름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기상청이 26일 올해 장마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기상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는 6월 2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 26일 중부지방에 장마가 시작되었고, 7월 25일 제주도, 26일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 내린 비를 마지막으로 장마가 종료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장마철 이후에도 여름철 강수는 계속 유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마 종료 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장마’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이 경고했듯이 장마 이후에도 강수가 계속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 장마 기간에도 계속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기후변화와 함께 ‘장마’가 사라지고 있다며, 대신 ‘우기’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한반도의 장마는 사라지고 있다?

‘장마’는 15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나타난 말로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를 합쳐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돼왔다. 일반적으로는 6~7월 사이 연속해 수일간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을 뜻하며, 기상학적으로는 남쪽의 온난습윤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서 형성되는 정체전선의 형태로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실제 기상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 장마백서’에 따르면, 지난 1993~1994년을 경계로 장마철 기간 및 강수량의 변동성은 점차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장마철의 시작과 종료 시점이 점차 늦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6월 초 건기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장마가 끝난 뒤 8~9월 사이에 나타나는 2차 우기의 경우 점차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 실제 2차 우기가 앞당겨지면서 8월 초순 강수량은 1973~1993년 63mm에서 1994~2020년 95mm로 50.8%나 증가했다. 

게다가 2차 우기의 경우 과거에는 8월 말 한 번의 피크(강수 집중)가 존재했으나, 1994년 이후부터는 8월 초와 8월 말 두 차례의 피크가 나타나고 있다. 장마 이후 8월부터 9월 초순까지 강수현상도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장마’라고 느낄 만한 장기간의 강수가 6~7월뿐만 아니라 8월 초, 8월 말 등에도 나타나는 만큼, 전통적인 의미에서 ‘장마철’을 지칭할 이유가 점차 줄어들게 된 셈이다. 

지난해에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2022년 장마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 기간은 평년과 비슷한 33일(중부기준)이었지만 장마철에 비해 장마 종료 후 강수량이 더 많았다. 특히 8월에는 중부지방이 폭우르 큰 피해를 입는 등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극한 기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남부지방은 강수가 줄어 가뭄현상이 길게 나타나면서 중·남부 강수량 차이(458 mm)가 1973년 이후 가장 큰 해로 기록됐다. 

 

1973~1993년, 1994~2020년 기간 평균 강수 시계열.(56개 전국 관측소 평균) 자료=기상청
1973~1993년, 1994~2020년 기간 평균 강수 시계열.(56개 전국 관측소 평균) 자료=기상청

이처럼 1994년 이후 장마철과 2차 우기의 간격이 좁아지고, 2차 우기의 강수량이 장마철 못지않게 늘어나는 변화가 나타나면서, ‘장마’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은철 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 토론회에서 “장마가 종료된 후에 소나기 및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 발생 과정과 특징들이 전통적인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학계에서는 ‘장마’ 대신 ‘우기’(雨期)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기는 열대 몬순 기후에서 여름철 많은 강수가 내리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열대 기후에서는 우기 이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아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가을·겨울에 비해 확연히 강수가 많은 시기가 존재하는 만큼, 이 시기를 일반적인 의미에서 우기로 부를 수 있다는 것. 

기상청은 ‘2022 장마백서’에서 “정량적으로 표현하면, 여름이 시작되고 4mm를 상회하는 시점부터라고 볼 수 있으며 기후 평균의 측면에서 6월 중순부터 우기가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연내 사이클로 볼 때 4mm를 상회하는 시기는 상술한 두 개의 장마 기간과 여름철을 포함하며, 이는 9월 중순 후반까지 이어져 약 3달간의 기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열대 몬순 기후에서의 우기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9월 기간에 나타난다. 

기상청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공식적으로 장마의 시작·종료 시점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장마의 종료 시점을 발표했다가 자칫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호우 피해에 둔감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 

다만 ‘장마’라는 용어가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만큼, 여름철 강수패턴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우기’로 변경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토론회에서 “여름철 강수 특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적절한 형태의 구분과 표현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장마’는 온 국민이 수백 년 이상 사용해 온 친숙한 용어인 만큼 간단히 결정할 사항이 아니므로,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국민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 검증결과: 판단유보. 기상청 및 학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3~1994 이후 여름철 강수패턴이 변화하면서 장마철과 2차 우기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마’라는 개념이 오래 사용되어온 만큼, 장마 대신 여름철 3개월을 통틀어 ‘우기’로 지칭하는 데는 학계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참고자료

기상청, 2022, ‘2022 장마백서’

국립기상과학원, 2022, ‘2022년 장마 분석보고서’

한국기상학회, 2022,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 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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