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제통화기금(IMF)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3개월 전 전망치 1.5%에서 0.1%포인트(p) 내린 것인데, 지난해 7월부터 5번 연속 한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이번 발표는 세계경제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7월 수정 전망치다.

작년 4월 2.9%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반 토막으로 주저앉게 만든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저조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는 것은 비단 IMF만이 아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최근 1.3%라는 보수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21년 12월 기준 2.7% 예측에서 출발한 한국 성장치를 지난달까지 5차례 연속해 낮춰 1.5%까지 내렸다. 

한국은행과 우리 정부 역시 최근 1.4%로 성장 전망을 낮춰 잡으며 1.5%를 밑도는 1% 초중반으로 올해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올라갔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직전 전망치에서 0.2%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IMF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 실리콘밸리 은행·크레딧스위스 사태 진정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됐다"며 "코로나 종식으로 관광 등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을 견인했다"고 진단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긴축 통화 정책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내수가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세계 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극심한 기후로 인해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2021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면서도 "명확한 냉각 신호를 보일 때까지 금리를 섣불리 완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과 영국, 일본은 각각 0.2%, 0.1%, 0.1% 상향됐다. 기대 이상의 1분기 소비와 투자 실적에 상향조정된 것이다. 관광업 수요 회복이 반영된 스페인도 성장 전망치가 1.0% 훌쩍 뛰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 인도는 올해 6.1%, 내년 6.3% 고공 성장이 전망됐다. 

독일은 0.2% 하향을 받았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1분기 실적 저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값은 기존 5.2%, 4.5%로 유지했다.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해결되지 않은 부동산 문제로 (중국 경제의) 회복이 느려질 수 있고 국경을 넘어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한국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은 각각 31%, 14%를 점하는 제1, 제2의 수출시장이다. 중국 경제전망치가 수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의 대중 수출 부분이 늘어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미·중 양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은 세계경제 디커플링 시 큰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민간소비와 수출이 성장을 동반 견인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2.8%로 세계교역 증가율(3.1%)보다 낮았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1990~2007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12.9%로 같은 기간 세계교역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연구원은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친다면 수출주도형 성장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글로벌 교역 둔화로 최근 10년간 실질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추이를 보이면서 한국경제의 수출주도형 성장은 사실상 종료"라고 진단했다. 

특히 세계경제 디커플링 진행 시 미·중 모두와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중심의 수출구조를 가진 한국경제는 특히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나라들과 더불어, 세계경제 디커플링이나 교역의 지나친 정치화,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노력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성장을 동반 견인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대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민간소비/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낮다는 점에서 민간소비 증가의 여지가 많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민간소비 비율이 미국 68.2%, 일본 53.5%, EU평균 52.3%인데 비해 한국은 4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련 투자의 활성화도 필요하다"면서 "불리한 대외여건 속에서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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