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6월 하한가 사태에 연관된 종목의 주가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지난 4, 6월 하한가 사태에 연관된 종목의 주가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코리아] 반복된 주가폭락 사태로 시세조종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대응에 나섰지만,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야 주가폭락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주가급락 사태에 대한 소고’에서 “ 시세조종이 근절된다 하더라도 주가급락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자의 재산상 손실 이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가급락과 시세조종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정보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24일 대성홀딩스, 세방,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 등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해당 종목은 지난 2~3년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조사 결과 장기간의 상승은 특정 세력의 시세조종 때문이었으며,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투자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시세조종에 악용된 CFD에서도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주가하락이 가속화됐다. 시제조종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는 지난 5월 11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달 14일에는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 등 5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해당 종목 대부분 특별한 호재 없이 장기간 상승한 중소형주라는 점에서 제2의 CFD 사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온라인 주식투자 카페에 의한 시세조종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는 해당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두 차례의 주가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30일 ‘불공정거래 조사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연말까지 특별단속반을 운영하는 한편, 관련 기관 간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시장감시 기능을 고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위원회 또한 이달 19일 CFD 관련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일부 개정고시안을 의결했다. 

국회 또한 입법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법안 계류 3년 만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주가조작으로 거둔 부당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시세조종 근절 대책만으로는 주가급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시세조종을 근절한다고 해서 주가급락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이번 사건을 불공정 거래의 관점에서만 파악하기 보다는 주가급락의 관점에 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5거래일 수익률이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 대비 –50% 이하인 경우를 ‘주가급락’으로 정의하고 지난 10년간 상장주식 수익률을 분석했는데, 이 기간 주가급락 사례는 119건으로 집계됐다. 매달 1건 씩은 주가급락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주가급락을 경험한 상장사 수 또한 103개로 적지 않았다. 기준을 20거래일로 완화하면 320개사에서 418건의 주가급락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미 국내 증시는 주가급락이 일상화된 곳이라는 뜻이다. 

주가급락 사태는 상장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장기간 공개되지 않아 주가가 과대평가된 경우, 누적된 정보가 일시에 공개되면서 일어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정보를 발굴·분석하는 시장참여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회계투명성은 여전히 북미·유럽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다, 기관투자자의 주식보유 비중도 18%로 OECD 평균(30%)보다 낮아 기업에 대한 감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1년간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단 한 건도 제시되지 않은 상장사 비중이 무려 72%인 데다, 제시된 투자의견의 92%도 매수의견으로 투자자들이 부정적 정보를 투명하게 알기 어렵다. 주가 거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공매도 또한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종목으로 제한돼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대평가를 일으킨 주체가 기업 내부의 경영자든, 외부의 주가조작 세력이든, 행태적 편의에 노출된 개인투자자든, 과대평가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누적된다면 주가급락 가능성은 불가피하다”며 “회계, 공시와 같은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공매도 투자자와 같이 부정적 정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주가급락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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