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9년째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KDB칸서스밸류PEF(이하 KCV PEF)는 지난 12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 KCV PEF는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당시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로, KDB생명 지분 92.7%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20년 JC파트너스와 2000억원 규모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JC파트너스가 먼저 인수한 MG손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JC파트너스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돼 결국 지난해 4월 매매계약이 해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한 대형 금융지주사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4전5기’의 매각 시도가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KDB생명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달성하며 1위로 도약했지만,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들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등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보험 자회사 실적은 더욱 저조하다. 올해 1분기 하나생명이 당기순손실 2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하나손보 또한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효과가 무색하게 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만약 하나금융이 이번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 자산 규모가 6조원의 하나생명과 17조원대인 KDB생명을 합병한다면, 단숨에 생보업계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미 KB·신한금융은 각각 푸르덴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보험 자회사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 또한 이번 KDB생명 인수를 통해 보험 자회사 덩치를 키워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KDB생명은 지난해 4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232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 가까운 376억원으로, 견조한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KDB생명 인수로 하나생명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KDB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크게 성장했지만, 이는 대부분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부문 수익에 기댄 것으로 본업인 보험부문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지 않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보험사업에서 18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적자 폭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수천 명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했던 푸르덴셜생명·오렌지라이프와 달리 KDB생명 소속 설계사는 3월말 기준 836명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건전성이다. 올해부터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은 기존 RBC 방식이 아닌 K-ICS 방식으로 산출되는데, 새 방식으로 산출한 KDB생명의 1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47.7%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101.7%로 높아지지만, 이 역시 보험업법상 기준인 10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과조치 적용 전 KDB생명의 지급여력 금액은 1분기 말 기준 7286억원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1조5281억원)보다 약 8000억원 적다. 만약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을 보험업법 기준까지 끌어올리려면 8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는 것. 금융당국 권고 기준을 맞추려면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경과조치 적용 후를 기준으로 해도 금융당국 기준을 충족하려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이 최종적으로 KDB생명을 인수할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KDB생명의) 낮은 수익성, 자본성증권 차환 및 신 제도에서 자본감소와 요구자본 증가 등이 자본관리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 제도에서 자본관리부담이 심화된 상황으로 대주주의 증자 등 적극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이어 “과거 4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된 이력을 감안할 때, 우협 측 실사 및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 잔여 절차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매각 관련 세부사항이 확정되는 시점에 동사에 대한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과 하나금융지주의 본 건 인수로 인한 재무영향 등을 검토하여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KDB생명은 광범위한 개인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으로 재출발하게 되는 등 안정적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KCV PEF의 업무집행사원으로서 우협 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DB생명이 4전5기의 매각 시도에 성공해 하나금융 비은행 경쟁력 강화의 동력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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