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유동성 지원받은 증권사도 성과보수 770억원 지급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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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각종 악재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가운데 벌어진 성과급 논란으로 증권업계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있고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22개 증권사가 지난해 부동산 PF와 관련해 지급한 성과보수는 총 352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공적자금으로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가 지급한 성과보수만 77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만큼 관련 성과급 규모는 2021년에 비해 35.4% 감소했지만,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의 감소율은 21.2%에 그쳤다.

게다가 성과보수 지급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적발됐다. 지배구조법은 성과보수가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지급하고,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증권사가 성과보수의 79.7%를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주식으로 지급한 금액은 3.3%에 불과했다. 이연지급기간도 최장 9년으로 정한 회사가 있는 반면, 3년보다 짧게 설정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증권사는 이연지급 기간 중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성과보수를 재산정해야 하며 관련 사항을 회사 내규에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5개 증권사의 경우 이연지급 성과보수의 조정 관련 사항을 내규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보수 산정 시 부동산 PF 거래에 따른 투자위험을 고려하지 않거나, 성과보수 총액이 일정금액 미만인 임직원을 이연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사례도 적발됐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성과보수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권업계가 심각한 ‘모럴해저드’에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증권사의 부동산 PF 리스크는 다른 금융업권보다 심각한 상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3월말 기준 5.3조원 연체율은 15.9%로 전분기 대비 각각 8000억원, 5.5%포인트 증가했다. 대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른 금융권과 달리 증가하고 있는 데다, 연체율은 전체 금융권 평균(2%)의 6배에 달한다. 금융위는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대출 연체 잔액 비중은 1.1% 수준이라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연체율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연이은 악재로 증권사를 향한 투자자들의 이미 신뢰는 바닥을 친 상태다. 지난달 20일에는 DB금융투자에서 근무했던 애널리스트 A씨가 선행매매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10년간 증권사 세 곳에서 근무하며 매수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내기 전 주식을 매수하고, 보고서를 공표한 뒤 매도하는 방식으로 5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사경은 이미 지난 2월 A씨 수사를 위해 DB금융투자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또한 유진투자증권에서는 소속 임원 B씨가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B씨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누군가가 리딩방을 운영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진투자증권은 B씨를 직무정지시키고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차액결제거래(CFD) 및 하한가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소속 임원의 불법 행위 의혹과 부동산 PF 성과급 잔치 논란이 겹치면서 증권사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가 각종 논란으로 바닥에 떨어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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