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이코리아] 기후 위기의 시대에 재생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재생에너지 확산에 있어 정부의 일관된 정책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 국민의 낮은 수용성을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전문 사회적기업(Bcorp) 루트에너지는 바로 주민수용성 문제 해결과 같은 까다로운 일을 도맡아 틈새시장을 만들고 자라온 스타트업이다. 현장·사업성 검토, 인허가부터 시공, 사후관리 단계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하면서 주민에게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지, 어떻게 지역 상생을 도모할지, 어떻게 소통할지 등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여기에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금융을 합친 기후금융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개인과 기업 모두가 투자부터 대출까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21년 8월에는 온라인투 자 연계 금융업에 정식 등록되면서 투자자에게 더욱 안전한 투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루트에너지는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한 지역 상생 솔루션, 주민참여 이익 공유 솔루션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저탄소 사회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하며 탄탄한 신뢰를 쌓아 왔다. 

실제로 루트에너지가 3년째 진행 중인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첫 주민 참여형 사업의 성공모델을 구축했다. 가덕산 풍력발전은 강원도·태백시·한국동서발전 등의 공공 기관과 지역주민이 직접 투자해 함께 추진하는 친환경 풍력단지 개발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태백시의 전력 수급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환경 보전과 에너지 독립성을 추구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혁신우수 지방공공기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태백시와 인연이 깊다. 윤 대표는 "외할아버지가 태백에서 광부로 일하셨다. 어린 시절 태백에서의 행복한 추억도 많고, 또 그런 인연으로 가덕산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저를 아들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또 태백시를 친환경에너지의 도시로 만드는 것을 넘어 전 세계의 기후위기 해결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한 걸음 앞당기고 싶다고도 밝혔다. 

"앞으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재생에너지가 확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새로운 문제를 지속해서 풀어가고 싶다"는 윤태환 대표. 다음은 윤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재생에너지로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대표님이나 혹은 주위 분들의 환경 이슈가 영향을 준 것인가? 

첫 직장이 탄소 에너지 관련 회사로, 거기서 에너지 컨설턴트로 일했다. 또 대학원에서 풍력 에너지 공학을 연구하고 창업을 한 경우라 에너지와 탄소 관련 백그라운드가 풍부하다. 

◇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이라는 말이 아직은 생소하다. 국내에 기존의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는지?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한 건 국내에서 루트에너지가 처음이다. 창업한 지 이제 10년차인데, 당시에도 새로운 콘셉트이고 여전히 많이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다. 

독일,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은 30여 년 전부터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 방식의 작은 사업 규모에서 은행에서 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대규모 서비스 등 다양하다. 다만 유럽의 경우 한국이나 미국 등의 시장보다 IT 활용이 늦어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 대세다. 

◇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게 되면 통상 주민들의 갈등이 뒤따라오는 걸로 알려져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하면서 주민 수용성을 어떻게 끌어 올렸나?

간단하다. 투명성이 제 1 원칙이다. 그 다음으로, 사업에 대한 진정성과 사업자체에 대한 안정성이 필요하다. 

발전 사업자들은 아무래도 지역주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 껄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주민들도 우리처럼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설명에 더 귀를 기울인다. 실제 가덕산 사업의 경우 사업비 90억 중 45억은 은행대출이고, 나머지 45억은 순수 주민들이 투자한 주민참여 성공모델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순조롭지 않았다. 

가덕산 1단계 사업에서 주민동의율 100%를 달성하는 데 26개월이 걸렸다. 2년간 안정적인 수익 공유로 신뢰가 쌓이고 나니까 인식전환도 빨라졌다. 2단계 사업에서는 거의 4개월 만에 주민동의를 다 받았다. 가덕산 1·2단계 사업 합산 주민 투자자들이 연체나 기타 이슈 없이 연 10~11%의 이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고 있고, 올해 6월 이자 지급 기준 총 4억9466만으로 집계됐다. 또 깨끗한 전기 생산 연간 전력량은 약 16만 메가와트(MWh)에 달한다. 이러다보니 나중에는 주민들이 서로 투자를 하고 싶어 하셨다. 

루트에너지 투자플랫폼 펀딩상품. 출처=루트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루트에너지 투자플랫폼 펀딩상품. 출처=루트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 루트에너지의 서비스 운영 상황 및 성과에 대해 말씀해 달라. 

주민참여금융과 같은 틈새시장에서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주민참여 사업 관련 전문가가 30명이 넘게 있어 퀄리티 자체가 다르다고 자부한다. 약 3~4조원 규모의 펀드레이징 고객을 갖고 있으며, 현재 총 12GW(원전 약 12개 분량)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우리가 주민수용성 확보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다. 다만 현재 모델은 이상적인 안의 40% 밖에 구현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사업을 통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하고 나니 이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가덕산 사업은 연이어 2호, 3호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30여 개 육상, 해상풍력, 중대규모 태양광 사업 등에 주민참여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별 최적화된 지역상생 및 이익공유 모델을 개발하고 재생에너지 및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들의 혜택과 신뢰를 높여갈 계획이다. 

◇ 루트에너지가 기업들의 RE100 이행과 관련 자문서비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전력의 망 사업과 발전 사업의 분리와 같은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솔직히 RE100이 많이 힘든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민간발전사들이 경쟁하는 구조로, 우리나라 통신사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전의 독점이라 힘의 균형이 안 맞다. 한전의 발전 사업 분리와 같은 급진적인 변화를 차치하고 현 상황에서도 달성 방법은 있다. 

기업마다 가격도 다르고 재생에너지 물량도 다르다. 우리가 하는 방식은 기업이 원하는 방식을 듣고 최적의 방안을 제공하는 것인데, 가능하면 재생에너지의 추가성이 높은 방식을 권유한다. 

RE100 솔루션 분야에서 우리 고객사들로 넷플릭스, 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의 경우 재생에너지로 만들고 있고, 지난 2년간 JYP 아티스트들이 녹음하는 작업은 모두 재생에너지로 만들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성수 헤이그라운드 시작점의 전기도 재생에너지로 만든다. 

해외고객사도 현재 국내 업계에서 우리가 제일 많다. 팀원들이 2개 국어에 능통하다. RE100과 관련 외국기업과 한국 공급망 사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해서 도와주는 일을 한다. 

◇ 루트에너지의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달라. 

풍력 중심의 민자발전사업(IPP) 개발에 진출할 계획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델, 유럽모델보다 진화된 모델을 실현하는 게 목표다. 

해상풍력 발전소의 경우 건설/유지 관리 인력과 같은 전문가가 우리나라에는 없어 모두 해외에서 불러와야 한다. 재생에너지 테크니션 및 ESG 전문가가 많이 필요한데 RE100 전문 서비스 풀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사업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금융 관련 향후 재생에너지 보험 쪽에도 진출 의향이 있다. 또 핀테크 투자도 가능하면서 발전소 조합원으로 참여해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는 디지털 협동조합 형태의 새로운 핀테크 플랫폼을 내년 초에 하나 더 론칭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지역상생쪽 사업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고객사들의 요청으로 신규 영역이 확장된 셈이다. 

무엇보다 100%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단계에서 에너지 문해력을 높인다면  지역 수용성이 올라갈 것이고 이를 통해 재생 에너지 전환도 10년 이상 빨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단순 믿음이 아니라 루트에너지 사업을 통해 데이터로 검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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