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 탄천면 피해 비닐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 탄천면 피해 비닐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늘어나면서 관련 기사량도 폭증하고 있다. 언론은 집중호우 피해를 인재로 규정하며 재난관리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 집중호우에 쏟아진 기사 1만 건, '산 사태' ‘이권 카르텔’ 키워드 올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집중호우’, ‘폭우’, ‘장마’, ‘홍수’ 등을 검색한 결과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54개 언론사에서 총 975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11개 전국일간지로 한정해도 기사량은 2314건에 달한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 17일 2536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호우 피해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어는 ‘산사태’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지난 13~19일 전국에서 325건의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사망 11명, 실종 2명, 중상 4명 등 사상자만 총 17명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북’(8명)과 집중호우 피해가 가장 컸던 데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청’ 등이 연관키워드 목록 상위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도 호우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였다.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선 대통령 동정을 보도하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지난 18일 나온 ‘이권 카르텔’ 발언 논란도 대통령 관련 기사량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보전에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수해 대책 논의 과정에서 나온 ‘카르텔’ 발언에 대해 일부 매체는 윤 대통령이 재난을 정쟁화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겨레는 1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앞서 여러번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시민단체들을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고 ‘타파하겠다’고 위협하듯 공언해왔다”며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평소 자신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을 끊기 위해 수해라는 국민적 재난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비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재난 관련 재원 및 예비비와 민간단체 보조금은 근거 법령이나 계정 분류도 다르다”며 “굳이 민간단체 보조금까지 전부 가져다 수해 복구에 써야 할 형편이라면 왜 그런지 이유와 규모를 국민 앞에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또한 20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거론한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 폐지가 수해 복구 등을 위한 적정한 재정대책인지는 미지수”라며 “폐지되는 보조금 예산의 즉각 전용이 가능할지 여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전용이 가능하다 해도, 특별재난지역 지자체의 수해복구비만 최대 80%가 국비지원인 데다, 농수축산물 피해 보전 등에도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일단 각 부처 재난대책비와 정부 예비비 등을 동원한다지만 간접 재정수요까지 감안하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17~21일 보도된 집중호우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7~21일 보도된 집중호우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부실 대응으로 인한 인재" 방재 인프라 정비 중요성 강조

언론은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두고 정부의 부실 대응에 따른 ‘인재’(人災)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매체는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실의 역량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가 지난 16일 폴란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행 취소 여부를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한겨레는 17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재난의 컨트롤타워,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라고 밝혀놓고, ‘가치외교’라는 외교적 성과물을 더 중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가도 할 일 없다’는 대통령실의 말에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최소한의 죄송함, 희생자들을 향한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일찍 귀국해도 수해 대응엔 별 도움이 안 됐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솔직한 대답이라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그 말에 담긴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자리가 갖는 무한한 책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결정은 지난 5월 G7 회의 때 수해 대응을 위해 조기 귀국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대비된다”며 “매사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시민들에게 각자도생을 권한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수해 업무 관리 체계를 재편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국민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침수 사고의 원인인 미호강 관리 부실은 책임지겠다는 곳이 없다. ‘물 행정’의 주체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관할 떠넘기기가 없도록 이참에 관리 시스템을 확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하천 관리 업무는 지난해 1월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다. 환경보호와 자원관리를 주로 해오던 환경부가 수해 관리를 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다”며 “물 관리 일원화가 됐음에도 실제로는 행안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에서 관계법령에 따라 업무를 분담 수행해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정부는 지류 지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물 관리 주무부처를 환경부에서 국토부로 바꾸는 것보다 분절적인 물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지난 정부가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후 큰 수해가 날 때마다 환경부의 치수 역량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국토부가 물 관리를 할 때도 크고 작은 수해는 있었다. 환경부가 하천 관리까지 하게 된 것도 2018년 역대 최장 장마로 물난리가 난 것이 계기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환경부와 국토부를 오락가락하면 안정적인 물 관리에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방재 인프라 재정비는 놔두고 ‘전 정부의 환경부 이관 탓’ 같은 쉬운 희생양 찾기에만 몰두한다면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없고 정치적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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