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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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지난 4월 주가폭락 사태를 초래한 차액결제거래(CFD)의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FD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이 ‘뒷북’ 대응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14차 정례회의에서 CFD 관련 관리감독 체계와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규정’ 일부 개정고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CFD(Contract For Difference)는 주식 등 실제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변동분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40%의 증거금만 납입하면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 최고 2.5배의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게다가 신용융자와 달리 공매도처럼 주가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으며,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외국계 증권사→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거래 주체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규제 공백 상황에서는 CFD가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고 지난 4월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융당국의 규정 개정은 지난 5월 30일 발표된 CFD 규제 보완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CFD를 매매·중개하는 증권사는 매일 금융투자협회에 투자자의 CFD 잔고를 제출해야 하다. 또한, CFD에 따른 주식매매 시 실제 투자자 유형이 표기되도록 거래소 업무규정 시행세칙도 개정할 방침이다. 

CFD와 신용융자 간의 규제차익 해소를 위해, 금감원 행정지도로 운영 중인 최소증거금률(40%) 규제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또한, 증권사가 무분별한 CFD 영업을 지양하도록, CFD 취급 규모를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했다.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에 따르는 위험을 투자자 본인이 인지할 수 있도록 최초 지정 시 반드시 대면 또는 영상통화로 본인확인을 하도록 했으며,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유효기간도 규정에 명시해 증권사가 2년마다 자격요건을 재확인하도록 했다. 또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신청을 권유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CFD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요건도 강화된다. 종전에는 개인전문투자자 모두에게 거래가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개인전문투자자 중에서도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경험을 갖춘 경우(최근 5년내 1년 이상 월말평균잔고 3억원 이상)에 한해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허용된다. 투자요건 충족 여부 확인 시에도 증권사가 대면으로 투자자 본인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위험을 고지하도록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주가폭락 사태 이전부터 CFD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뒤늦게 규정 개정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CFD 거래가 급증한 것은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부터다. 당시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했는데, 이후 CFD 거래규모는 2019년 8.4조원에서 2021년 70.1조원으로 8배 이상 폭증했다. 

CFD 거래가 급증하면서 관련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늘어났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요건이 완화된지 1년 만인 2020년 보도자료를 통해 CFD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집중심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CFD는 손익정산을 위한 일부 증거금 납입만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 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며 CFD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금감원 또한 지난 2021년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CFD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보고서는 “상장주식 기초 CFD 매수거래는 경제적 실질이 주식 신용융자거래와 동일하나, 신용공여 한도 및 최소 증거금률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신용융자 규제의 우회경로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국내 CFD 시장이 대부분 개인 전문투자자 위주(2020년 기준 97.2%)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시 하락장에서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금감원 런던사무소에서 ‘영국 금융감독청(FCA) CFD(차액결제거래) 위험성 안내 및 감독서신 주요 내용’을 본부에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FCA는 CFD 투자자 중 약 80%가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2020~2021년 24개 금융사의 영국 내 CFD 마케팅을 금지한 결과 2021년에만 약 1억 파운드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 FCA는 ▲유명인을 동원한 허위 광고·보증 ▲투자금액 증액을 위한 압박 판매 ▲투자자격 미충족자 대상 전문투자자 업그레이드 홍보 ▲미인가 업체의 투자조언 행위 등을 CFD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고, CFD 운영사에게 해당 요인을 점검 후 올해 1월 말까지 즉각 필요 조치를 완료하라는 감독서신을 발송했다. 

이처럼 금융당국 내외에서 CFD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반복됐지만, 주가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금융당국이 취한 대응은 증거금률을 기존 10%에서 40%로 상향한 것뿐이었다. 금융당국이 이미 CFD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에서도 대응을 미루다가 피해가 커지자 늦장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규정 개정을 비롯해 5월에 발표한 각종 규제보완 방안의 시행을 통해 CFD 관련 규제공백이 해소되고, 건전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번 규제 강화를 통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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