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투표 결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투표 결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최종 결정됐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 최저임금을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해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14차 회의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으나 자정을 넘기며 차수가 변경됐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투표 끝에 결론이 내려졌다. 근로자위원안(시급 1만원)과 사용자위원안(9860원)을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재적위원 26명중 사용자위원안 17표, 근로자위원안 8표, 기권 1표로 9860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액으로 최종 결정됐다. 

◇ 노동계, “‘답정너’ 최저임금 논의, 정부 개입해 공정성 훼손”

이번 결과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한국노총은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편향 인사의 공익위원 자격문제, 노동자 위원에 대한 강제 해촉과 재위촉 거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부 고위인사의 9800원 발언과 경사노위 위원장의 1만원 이하 최저임금 발언으로 정부의 개입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라며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노사공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존재와 가치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이어 “법이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결정 기준은 무시되고,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와 비혼단신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물가상승과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산입범위 확대개악으로 인해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한 결정으로 소득불평등은 더욱 가속화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업종별 구분적용 주장과 함께 해마다 반복되는 사용자 측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위기와 일자리 감소 등 괴담에 가까운 주장은 결국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를 대립, 반목시키며 근본적 문제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을과 을의 경쟁과 갈등을 조장 심화시킨다”고 덧붙였다.

◇ 경영계, “2.5% 인상, 경제 부작용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

반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해온 경영계는 결국 인상이 결정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인상폭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제한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1.5%)으로, 이번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2년간 인상률이 2022년 5.05%, 2023년 5%였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률이 반토막 난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바람을 담아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하였으나,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로, 우리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어 “향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시행될 수 있는 토대 마련과 함께,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의 제도개선 조치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호소가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이끌어냈지만,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이어 “사용자위원들이 ‘2.5%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급격히 인상되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인 최저임금이 다시금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벼랑 끝으로 내몰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중소기업계는 비록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경영 부담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련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2.5% 인상된 9,860원으로 정한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어 “올해 우리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부진 등의 여파로 1% 초중반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기업들과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내수침체에 따른 판매부진과 재고누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금번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 또한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상의는 “최저임금위의 결정은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어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며 “매번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노사 간 힘겨루기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현재의 방식은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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