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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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주가조작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증권사들이 이번에는 해외 부동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이번 위기는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안정적으로 평가받았던 대형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90%를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투자사들은 지난 2019년 6월 중순위(메자닌) 대출로 해당 건물에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2800억원(2억4300만 달러)를 대출해줬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금 3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2500억원을 펀드로 만들어 증권·보험 등 금융사에 셀다운(재매각) 했다. 펀드 운용은 미래에셋자산그룹 계열사로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맡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400억원, 200억원을 투자했으며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2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또한 VVIP 고객들에게 해당 펀드를 총 765억원 판매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오피스 수요가 급감한 데다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긴축까지 겹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결국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만기가 3년 넘게 미뤄진 해당 펀드는 손실을 확정하게 됐다.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는 올해 초 빌딩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으나 나머지 투자자는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자산 부실 우려를 지적하며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PF리스크가 지속되고 실물자산시장 위축으로 국내 부동산 및 해외 대체투자자산 관련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대손비용 및 자산평가손실 부담이 실적 측면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국내외 실물경기 저하로 인해 고위험 PF사업장 및 해외투자건을 중심으로 늘어난 부실자산과 대손비용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 실적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이번 사태를 시작으로 다른 해외 부동산 투자까지 부실 논란에 휩싸일 경우,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해외 투자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평은 대형사와 관련해 “PF리스크는 비교적 낮지만 기업대출, 해외자산투자 등 위험투자 규모가 큰 편”이라며 “최근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의 건전성 저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재무건전성 측면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신평 또한 “초대형사의 경우 해외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중대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자산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자기자본 대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높은 미래에셋·하나·메리츠 등의 증권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 및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부실 요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주가조작과 CFD, 부동산 PF에 이어 해외 대체투자 부실 위기까지 겹친 증권업계가 하반기 반등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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