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서 소방대원이 수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16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서 소방대원이 수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이코리아] 금융권이 일제히 집중호우 피해자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이자장사’, ‘성과급 잔치’ 등 금융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이번 조치로 여론을 바꿀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집중호우 피해 지원을 위한 대책을 일제히 발표했다. 우선 KB금융은 집중호우 피해 복구 및 이재민 생필품, 취약계층 주거안전, 농업인 지원 등을 위해 10억원의 성금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한다. 피해지역에는 모포 및 의약품 등이 포함된 긴급 구호 키트를 제공하고 이재민용 텐트와 급식·세탁차 등을 신속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일부터 KB금융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들이 직접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집중호우 피해고객에게 피해액 범위 내에서 특별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개인대출의 경우 긴급 생활안정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며,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은 1.0%포인트의 특별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운전자금은 최대 5억원, 시설자금은 복구에 필요한 자금의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 3개월 내 기존 대출금이 만기가 되는 경우 추가 원금상환 없이 가계 1.5%포인트, 기업 1.0% 포인트 이내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해 기한을 연장해주며, 피해 발생일로부터 3개월 내 원리금을 정상 납입하면 연체이자를 면제해준다. 

KB손해보험은 장기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연체이자 없이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며,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최대 6개월간 청구 유예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은행·카드·증권 등 그룹사가 뜻을 모아 성금 1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생필품 및 의약품, 안전용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 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가장 피해가 큰 충청 지역에 약 930개의 구호 키트를 신속 지원했으며, 필요 지역이 파악 되는대로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자연재해 피해고객에게 225억 규모의 보증 대출을 지원하고 1.5%포인트의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재해재난 피해 신속 보증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최대 5억원의 신규 여신 지원 ▲만기연장과 분할 상환금 유예 ▲신규·만기 연장 시 최고 1.5%p 특별우대금리를 제공하고 개인고객에게는 1인당 최대 5천만원의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 등 1,5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도 ▲피해 고객의 카드대금을 6개월 후에 상환하도록 하는 ‘청구유예’ ▲유예기간 종료 후 6개월간 나눠 납부하도록 하는 ‘분할상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나금융도 피해 복구 및 수재민 지원을 위해 10억원의 성금을 기부하는 한편, 생필품과 의약품이 담긴 행복상자 1111세트를 전달한다. 하나은행은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개인에게 5000만원 이내의 긴급생활안정자금대출 ▲중소기업에게 최대 5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대출 등 총 2000억원 한도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여신 만기도래 시 원금상환 없이 최장 1년 이내의 만기 연장을 지원하고 분할상환금에 대해서는 최장 6개월 이내에 상환을 유예하며, 최고 1%포인트 범위 내에서 대출금리 감면도 진행한다.

또한 하나카드는 ▲신용카드 결제자금 최대 6개월 청구 유예 ▲최대 6개월 분할상환 등의 금융지원 ▲집중호우 피해일 이후 6개월까지 사용한 장·단기 카드대출 수수료를 30% 할인하기로 했다. 하나생명·손보도 보험료 납입을 최대 6개월 유예하고 집중호우 피해 관련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피해복구를 위해 5억원을 기부하는 한편,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긴급 구호 세트 1000여개를 지원하고 구호급식차량을 충복 괴산군에 파견해 이재민과 복구인력을 위해 식사를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은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총한도 2000억원 규모 내에서 최대 1.5%포인트 특별우대금리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 대출이나 피해실태 인정금액 범위 내의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1년 만기 연장이 가능하며, 분할상환 납입기일을 유예받을 수 있다. 지역주민 또한 ▲개인 최대 2000만원의 긴급 생활자금 대출 ▲대출금리 최대 1%포인트 감면 ▲예적금 중도해지 시 약정이자 지급 ▲창구 송금수수료 면제 등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결제대금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한다. 카드 결제대금을 최대 6개월까지 유예하고 피해 발생 후 발생된 결제대금 연체에 대해서는 연체이자 면제 및 연체기록을 삭제해 준다. 또한 카드론, 신용대출, 현금서비스 등 금융상품에 대해 기본금리 30% 우대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집중호우 피해지원에 나서면서 비판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권은 지난해 금리상승으로 이자마진이 확대되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실제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무려 약 40조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80%가 넘었다. 이 때문에 금리상승으로 가계·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금융권이 앉아서 떼돈을 벌고 있다는 ‘이자장사’ 논란이 격화됐고 여기아 은행 등 주요 관계상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 논란까지 더해져 금융지주사를 향한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 때문에 올해 금융권은 일제히 사회공헌 규모를 늘리는 모양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상반기 사회공헌 지원액은 총 5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사회공헌 증가 추세가 정부의 입김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금융권, 특히 은행을 대상으로 공공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지난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지난달 29일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최근 연달아 카드사를 방문하며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신한카드를 방문해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방문에 맞춰 신한·현대·롯데·우리 등 카드사들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기조 아래 사회공헌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금융지주사가 ‘이자장사’와 ‘성과급 잔치’의 오명을 벗고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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