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인근 논이 폭우로 인해 침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인근 논이 폭우로 인해 침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늘어나면서 손해보험사의 실적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에 지난달 27일부터 17일 오전 9시까지 접수된 자동차보험 차량 침수 피해 신고는 총 995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손해액은 총 88억9900만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14~16일 사흘간 집중호우가 쏟아진 충청 지역이 접수 274건, 추정 손해액 24억7800만원으로 피해가 가장 컸다. 지하차도 침수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오송 지역에서만 21대의 차량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피해복구도 마무리되지 않아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침수차량 급증에 따라 손해율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손보사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에도 8월 집중호우와 9월 태풍 한남노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손보사들의 부담이 커진 바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손보사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8.3%로 전년 동월 대비 7.8%포인트나 증가하기도 했다. 

반면, 대부분의 손보사가 재보험에 가입해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에 따른 손보사 손해액을 약 400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환산하면 연간 0.2%포인트 상승하는 정도다. 재보험으로 인해 손보사가 실제 부담하는 손해액은 전체 피해의 약 30% 수준에 그쳤기 때문. 한남노로 인한 피해까지 더해도 손보사 부담은 약 800억원(손해율 0.4%포인트 상승) 수준인 만큼, 올해도 집중호우로 인한 손보사 실적 악화를 우려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향후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가 더 빈번해지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지거나 재보험료율이 급등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 리스크 노출 심화로 인해 재보험회사의 40%가 최소 7.5% 이상 보험료율을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 또한 지난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산불·가뭄·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그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면서 보험업계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때문에 손보업계의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재해 대비 방안’ 보고서에서 “보험산업이 개인이나 정부 등 다른 주체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위험 평가로, 자연재해와 관련된 위험을 평가해서 개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산업이 위험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연재해 관련 위험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력 제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자연과학 기반의 위험평가 전문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손보업계도 올해 집중호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DB손보는 침수예방 비상대응팀을 운영하며 침수 예상지역에 거주하는 가입자에게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한편, 위험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현대해상도 기상·현장 상황 수시 보고 체계를 가동 중이며, KB손해보험도 집중호우로 인한 비상상황 발생 시 인력을 추가 투입해 비상캠프를 운영하고 현장 업무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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