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연초부터 매수세를 이어온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 규모가 지난달 들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9억2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114억3000만 달러) 대비 85억1000만 달러(-74.5%)나 감소한 수치다. 규모는 줄었지만 4개월 연속 순유입세를 유지한 채권과 달리 주식의 경우 3억1000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순유출로 전환됐다. 

연초부터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을 이어온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실제 코스피는 연초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수세로 올해 첫 거래일 2225.67에서 지난 5월 31일 2577.12까지 15.8%나 상승했으나, 6월 들어서는 횡보를 거듭하며 2564.28(6월 30일 기준)로 소폭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들어 매도세로 전환한 이유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및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상승 등이 꼽힌다. 실제 연준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를 기존 대비 0.5%포인트 상향한 5.6%로 제시하며 연내 두 차례의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암시한 바 있다.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퍼진 데다 한미 금리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질 가능성도 커진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전환했다는 것. 게다가 지난달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환차익을 노리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매도 전환의 이유로 꼽힌다. 

국내 증시가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해 “주식자금은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목적 매도 등으로 소폭 순유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 순위에서는 에코프로비엠(2308억원), LG화학(2251억원), 삼성SDI(1713억원) 등 2차전지 관련 주가 각각 3, 4, 9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 ‘바이코리아’에서 ‘셀코리아’(Sell Korea)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지난달 외국인의 매도세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억할 것은 외국인이 모든 주식을 판 건 아니라는 것”이라며 기계·조선·반도체·자동차 등의 경우 꾸준히 순매수 기조가 계속됐음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은 삼성전자(1조6726억원), 두산에너빌리티(2895억원), 현대차(2205억원) 등에 대해 꾸준한 매수세를 보였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업종과 종목의 경우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시장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기계·조선·반도체·자동차에 대해선 긍정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7월 들어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6월의 ‘셀코리아’를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7월 들어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1조26억원을 순매수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