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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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프랑스가 범죄 용의자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5일 경찰이 범죄 용의자의 기기에 접속해 카메라, 마이크, GPS 등의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자동차 등의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하며, 최소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 용의자의 위치 추적을 허용한다. 또 장치를 원격으로 활성화해 테러 범죄는 물론 비행 및 조직범죄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소리와 이미지를 녹음할 수 있다. 

경찰은 판사의 승인에 따라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며, 언론인, 변호사, 의사, 정치인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직업을 대상으로는 적용할 수 없다.

에릭 뒤퐁 모레티 프랑스 법무장관은 "이 조치는 1년에 수십 건의 사례 정도에 적용될 것이며 결국 생명을 구할 것이다."라고 발표했으며, 이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전체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시민 단체들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의 디지털 권리 단체 '라 콰드라튀르 두 넷(La Quadrature du Net)'은 성명을 통해 "보안 취약점의 존재를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보완하여 국민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취약점을 국가가 악용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디지털 도구를 경찰의 첩보 활동을 위해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남용 또는 대량 사용의 매우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성명은 “우리 삶에서 디지털 도구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도구가 우리도 모르게 경찰의 보조 도구로 바뀔 수 있다는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전체주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비판하며 법안의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지속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경찰의 감시 권한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2021년 프랑스 의회는 경찰이 드론을 활용해 민간인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법안이 폭력적인 시위대로부터 경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월 프랑스 의회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기간동안 AI를 활용한 대규모 군중 비디오 감시 기술의 사용을 허가했다. 이번 의사 결정으로 프랑스는 EU에서 처음으로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가 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내년 여름 파리에 몰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행동 및 군중 급증, 버려진 가방 등을 감지해 심각한 안전 위반 또는 테러 행위 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EU는 해당 법안이 과도한 감시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국제앰네스티 등 시민단체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반발했다. 메허 하코비안 국제앰네스티 AI 규제 고문은 “프랑스가 올림픽 기간 대규모 AI 감시를 합법화한 결정은 자유에 대한 전면적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대적인 감시 기술이 소외된 집단을 표적으로 삼는 데 불균형적으로 사용될 우려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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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의 스마트폰 감시는 프랑스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멕시코군이 해킹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활용해 반정부 인사와 인권운동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태국의 반정부 인사들이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2020년~2021년 사이에 ‘페가수스’로 감시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의 보안기업 NSO 그룹이 만든 스파이웨어다. 페가수스는 테러와 범죄 예방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에 의해 불법적인 정보 수집에 사용된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사이버보안 연구소 시티즌랩에 따르면 페가수스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운용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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