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21년 19세 이상 성인(위) 및 중·고등학생 비만 유병률 추이. 자료=질병관리청
2011~2021년 19세 이상 성인(위) 및 중·고등학생 비만 유병률 추이. 자료=질병관리청

[이코리아]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성·10대 중심으로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비만연맹(World Obesity Federation)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 7명 중 1명은 비만에 의한 과체중으로 추정되며, 오는 2035년에는 4명 중 1명이 비만이 되고 절반 이상은 과체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인구의 비율)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지난 2011년 31.4%에서 2021년 37.1%로 6.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전후 3년간 3.3%포인트(2019년 33.8% → 2021년 37.1%)나 급증했는데,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활동이 감소하고 배달·포장 중심으로 식습관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청소년과 남성은 비만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성인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지난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11.2%포인트나 높아졌는데, 같은 기간 성인 여성의 비만 유병률이 27.1%에서 26.9%로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중·고등학생의 경우 남학생은 2011년 6.8%에서 2021년 17.5%로 비만 유병률이 2.6배 증가했으며, 여학생 또한 4.2%에서 9.1%로 2.2배 증가했다. 청소년 또한 남학생의 비만율이 여학생보다 높지만, 성인과 달리 남·여학생 모두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은 문제다.

전문가들은 비만 유병률 상승이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세계비만연맹은 비만율 급증으로 인해 2035년까지 매년 4조 달러가 넘는 비용이 낭비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비만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신체적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비만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과체중 인구가 많은 국가의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체중 인구가 50% 미만인 70개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당 31명이었으나, 과체중 인구가 절반 이상인 94개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당 115명에 달했다. 

비만은 신체질환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을 초래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1997~2014년까지 오스트리아 병원에 입원한 환자 900만명의 입원기록 4500만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 진단 후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증가했으며 조현병 및 조현정동장애를 제외한 정신장애를 앓게 되는 경우도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만 진단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우울증, 니코틴 중독, 불안, 섭식 및 인격장애 등 정신장애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젊은 연령대 및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혜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비만 예방 및 치료 조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매년 비만으로 전 세계 GDP의 약 3%에 해당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적 손실에는 비만으로 인해 발생한 만성질환 등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의료비용과 비만으로 인한 직원의 결근과 직장에서의 생산성 저하 및 보험산업에서의 장애 보험 지급 증가 그리고 조기 퇴직 및 조기 사망률에 의한 손실 등간접비용인 생산성 손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비만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비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선미 건강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비만에 대한 예방적 의료서비스의 급여화 방안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비만 예방관리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만유병률 및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현행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서 비만 예방의료서비스 급여화 방안에 대한 선제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비만 인구에 대해 장기간의 체중관리 프로그램에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는 성인 비만에 대해 3개월의 유료 체중조절 식사와 최대 2년의 다학제팀 기반의 의료서비스 및 행동치료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 또한 BMI(체질량지수) 25kg/㎡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중증도에 따라 3개월에서 최대 2년간 총 4단계의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한다. 일본의 경우, 매년 1회 검진사후관리의 일환으로서 체중관리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다수의 국가들에서 영양‧운동에 대한 교육상담 및 행동치료가 높은 등급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비만치료 및 건강검진 사후관리 등의 형태로 급여가 제공되고 있다”며 “향후 비만에 대한 예방적 의료서비스의 급여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18세 이상 성인 중 BMI 30kg/㎡ 이상인 인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영양‧운동에 대한 교육상담 및 행동치료 프로그램 이외에 약물치료 병행여부에 대해서는 임상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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