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금융지주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 박정림 부문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KB금융지주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 박정림 부문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오는 11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세대교체와 윤 회장의 4연임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내외부 후보들이 담긴 롱리스트(1차 후보군) 구성을 최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내규상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윤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말 마무리되는 만큼, 회추위가 롱리스트를 이사회에 보고한 뒤 8월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구성하고 9월 중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차기 후보로는 부회장 3인이 꼽힌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021년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존 양종희 부회장에 이어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당시 KB국민카드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이후 KB금융은 부회장 3인에게 다양한 업무를 맡기며 ‘포스트 윤종규’ 시대를 대비해왔다. 실제 KB금융은 지난 2018년 회추의에서 의결관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내실화 방안’에 따라 내부 후보자군을 별도의 연수과정인 FGC(Future Group CEO Course)에 참여시키는 한편, 정기적인 이사회 워크숍과 경영현안 주제발표 등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정림 KB증권 사장(총괄부문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박 사장이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최초의 증권사 여성 CEO에 이어 최초의 금융지주사 여성 CEO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하게 된다. 박 사장은 지난 2019년 KB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자산관리(WM),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하며 꾸준한 실적 성장을 견인해왔다. 실제 KB증권 자산관리 부문 개인자산 금액은 지난 2021년 말 11.6조원에서 올해 5월 기준 18조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다만 지난 2020년 금감원으로부터 라임펀드 불안전판매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은 것이 문제다. 만약 금융위가 중징계를 확정할 경우, 박 사장의 회장직 도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대교체가 아닌 윤 회장의 4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회장에 선임된 후 2017년과 2020년 각각 연임·재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윤 회장의 세 번째 임기 동안 KB금융은 2021년 4조4096억원, 2022년 4조4133억원 등 2년 연속 순이익 4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게다가 KB금융은 회장 연령을 선임 및 재선임 시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윤 회장의 나이는 올해 만 68세로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만약 윤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다면 금융지주 중에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사 회장은 대부분 용퇴를 결정했다. 3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세대교체를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DLF 사태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금융당국을 상대로 승소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결국 연임을 포기하고 라임 펀드 관련 제재 취소 소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NH금융 또한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컸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관치’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밝혀온 만큼, 금융당국의 입김이 KB금융 차기 회장 인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KB금융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며 “KB금융 회장 승계 절차가 후보들에 대한 공평한 기회 제공 등 합리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K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도 잘 구성돼 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저희가 최근 점검을 하면서 조금 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드린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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