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와 ‘26.9%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 간의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노동계의 인상 요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한국 최저임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 ‘최저임금’ 보도 핵심 키워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최저임금’을 검색하자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총 32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린 27일 가장 많은 109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최저임금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는 ‘노동계’로, ‘경영계’보다 최저임금 관련 기사에 등장하는 빈도가 높았다. 이는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는 근로자위원이 지난 27일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고용부가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을 거부한 것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9일 열린 9차 회의에 복귀하며 최저임금 협상을 이어 나갔지만, 경영계와 임금 수준에 대한 견해차가 커 법정 심의시한을 결국 넘기게 됐다. 

‘일자리’도 최저임금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였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보고서가 다수의 매체에 인용보도됐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해보다 3.95% 오를 경우 일자리가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보고서는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1만2210원으로 오를 경우 일자리는 최소 19만4000개에서 최대 47만개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26~30일 보도된 '최저임금'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6~30일 보도된 '최저임금'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노동계 인상 요구 과도해...” vs “韓 최저임금, OECD 중위권”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부 매체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노동계의 인상 요구가 지나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경제는 28일 사설에서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취약 근로자의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 보장이지 복지 정책이 아니다”라며 “노동시장에서 가격 기능을 하는 최저임금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이어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물가 상승률 12.5%의 2배에 달하는 27.8%나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고용 대란과 자영업자 몰락 등의 비극을 낳았다”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 기업을 살려야 고용을 지키고 늘릴 수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되레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역설’에서 벗어나 노사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7일 사설에서 “지난 3년은 자영업자들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다”며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코로나가 덮쳐 가혹한 거리 두기에 시달리며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직원들을 내보내고 빚으로 빚을 막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세 및 연체 규모 등을 언급하며 “영세 자영업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최저임금도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책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겨레는 지난 28일 ‘한국 최저임금은 OECD 중 몇위?…국가별 기준 맞추니 12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 기준으로도 현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0%를 초과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0개국 중 8번째로 상위권이며, 특히 우리 산업 경쟁국(G7)과 비교하면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겨레는 “국가마다 소득 수준, 물가 등이 다르기 때문에최저임금의 절대 비교로 그 적절성을 판단하긴 어렵다”며 “오이시디 통계는 각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하는데, 국가마다최저임금상대적 수준을 계산하는 데 활용하는 통계와 가공방식이 다르다”고 경총이 인용한 통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오이시디 회원국 30개국 중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최저임금상대적 수준(2021년 기준)은 ‘12위’”라며 “최저임금을 구매력평가지수(PPP·Purchasing Power Parity)로 환산했을 때 한국은 ‘13위’로 중위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최저임금 협상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할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29일 사설에서 “최저임금 결정은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생계비를 좌우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하고,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도 간과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노동계가 과격한 시위로 구속됐거나 경찰 수사를 받는 근로자위원의 자격 논란을 빌미로 협상을 중단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3%가 넘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무시한 채 시급 1만원을 돌파하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진다며 여론전에 몰두하는 경영계도 다를 게 없다”며 “노사 양측은 우리 경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근거로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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