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화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화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과도한 엔저에 대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오전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45엔을 넘어섰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5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120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3월 중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 144엔대를 횡보 중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확고한 통화정책 완화 기조 때문으로 보인다. 양혜정 DS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는 일본은행이 다른 국가들과 달리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한 영향이 가장 크다. 양적완화를 했던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며 “일본 경제가 과거보다 약해져 엔화의 안전자산 역할이 감소하긴 했지만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험선호가 강해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28일 기준 31억144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26억5319만 달러) 대비 4억6121만 달러(17.4%)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미국 주식 보관금액에 비하면 아직 4.8%에 불과하지만, 홍콩 주식 보관금액의 1.4배, 중국 주식 보관금액의 2.2배가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엔화 약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엔화 약세가 심해지며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50엔에 접근하자 일본 외환 당국은 엔화를 대량 매수하며 환율 방어에 나선 바 있다. 당국 개입 이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20엔대까지 급속도로 안정됐다.

일각에서는 일본 외환 당국이 당장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엔저로 인한 일본 증시 부양 및 수출기업 실적 개선 등의 효과를 고려할 때, 당국의 개입은 자칫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 

반면, 하반기에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가 지나칠 경우 오히려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추가 약세가 수출경쟁력 강화 및 관광수요 확대 등을 통해 일본 경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칫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상회할 경우 향후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도한 엔화 약세 현상이 궁극적으로 일본 정부부채 리스크 등을 자극하면서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일본에서 이탈하는 등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엔·달러 환율이 145엔 수준을 상회하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단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 현상을 추세적으로 꺾을 수는 없지만, 지난해와 같인 단기 엔화 강세 재료로 작용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130엔 중후반 수준까지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일본의 지속적인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실질임금상승률 둔화, 다른 선진국 대비 빠른 경기반등을 고려할 때 일본 은행이 하반기에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수정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마지막 시가”라며 “2024년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나홀로 YCC(일본 정부가 발행한 10년물 국채 금리에 상한을 두는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YCC 정책 폐지는 일본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 충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 중 10년물 금리 상단 25bp 상향조정을 꾀함으로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수정경제전망이 발표되는 10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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