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재정긴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복지 절벽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따라서 단호히 배격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기 없는 긴축재정,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재정이 지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내년 총선을 언급하며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 건전성 회복을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발표된 120대 국정과제에는 ‘재정준칙 도입 및 지출효율화 등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국회에서도 여당 주도로 재정준칙(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를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운용정책) 법제화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올해 예산안(639조원) 또한 본예산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5.2% 증가했으나, 이는 2017년 3.7%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차 추경 포함 총지출 기준으로는 오히려 6%가량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계속된 확장재정 기조가 긴축재정으로 처음 전환됐다. 

긴축재정의 필요성은 재정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비율은 2021년 기준  51.5%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아직 OECD 평균(117.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상승 속도 자체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2023년 한국 정부부채 비율(D2)의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OECD 평균(1.8%)을 상회했다. 이는 재정위기 국가로 꼽하는 그리스(2.0%)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제기구의 경고도 무시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2월 열린 ‘한중일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서 “올해 역내 경제 회복세가 지속됐으나 인플레이션 장기화, 신흥국 부채 취약성 등 영향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다”라며 “국가별 특수성을 감안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는 이어 “한시적·선별적인 재정지원은 지속하되 재정적자 축소, 중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긴축재정에 따른 복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재벌부자감세를 단행하면서도 건전재정·긴축재정을 내걸어, 세입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이에 따라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윤 정부가 계속해서 건전재정과 부자감세를 추진한다면, 세수 부족 상황을 고착화시켜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지출 축소를 초래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한편,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고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5억원(현재 2억원)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등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안은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수정됐지만, 세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는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윤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을 하면서, 재정의 역할을 시장을 뒷받침하는데 한정시켜 대기업을 위한 전방위적인 감세와 R&D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복지 공공성 강화와 인프라 확충 예산은 감소했고, 무분별한 생태계 훼손과 군비 경쟁 등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위협예산’들의 비중은 늘어났다”며 “코로나19의 피해가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삼중고까지 시달린 서민들은 국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소외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윤 정부는 긴축 기조를 강조하며 복지지출을 통제하고, 재벌대기업이 응당 부담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데 급급하다. 구조적인 세수부족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드는 이유”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겉으로만 번드레한 건전재정의 망령에서 벗어나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해 조세정의를 확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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