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2030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 자료=삼성화재
삼성화재의 2030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 자료=삼성화재

[이코리아] 보험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경영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해외 보험사의 ESG 활동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ESG 경영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회사의 ESG 활동이 수익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ESG 평가등급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수익성 및 기업가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2년부터 2022년이며, 13개 상장 보험사(생명보험 4개사, 손해보험 9개사)를 대상으로 ESG 활동과 경영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보험사의 ESG 성과는 당해연도의 수익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다음 해의 수익성과 당해 및 다음 해의 기업가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에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보다 친환경·책임·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함으로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은 이미 글로벌 보험업계의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다. 

보험사에게 ESG 경영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보험사의 특성과 ESG 경영이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위원은 “보험 산업은 위험의 인수 및 분산을 통해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억제하고 사회의 재해방지와 손실에 대한 복원력 제고를 핵심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각종 환경, 사회적 문제와 지배구조와 관련된 위험에 대처하는 ESG 경영은 보험 산업의 존재 이유와 부합한다”며 “단기 수익보다는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 추구에 중점을 두는 ESG 경영은 효율적인 리스크관리 및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에 중점을 두는 보험회사의 사업모델과 긴밀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ESG 경영은 보험 산업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보험사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ESG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 관련 평가에서 꾸준히 높은 등급을 받아온 독일 보험그룹 알리안츠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해 ▲지속가능한 보험회사 ▲책임있는 투자회사 ▲매력적인 고용인 ▲헌신적인 기업시민이라는 목표를 세워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알리안츠는 지난 2012년 ESG 이사회를 설립해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에 관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게 하고, 그 아래 ESG 사무국과 실무구릅을 구성해 유기적인 ESG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알리안츠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ESG 지표를 세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 측면에서는 기후변화 리스크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을 검토하고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오는 2050년까지 소유자산 포트폴리오의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알리안츠는 저탄소 전환을 위해 다양한 보험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알리안츠는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전기자전거 등을 위해 저렴한 보험료의 보험상품을 개발했으며, 자동차 주행거리에 기반한 보험료율 책정을 통해 배기가스 배출 감축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최근 들어 ESG 경영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실제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지난 2020년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신규 투자 및 건설보험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해 발간한 ESG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를 10.5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삼성화재는 국내 손보사 중 유일하게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사업·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융자를 제한하는 기준을 도입했는데, 해당 기준 또한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아직 글로벌 보험사와 비교하면 국내 보험사의 ESG 경영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과 김상훈 인하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지난 3월 한·미·일 손보사들의 ESG 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한 ‘보험회사 ESG 경영 활동 비교 사례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보험사들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리스크 모델링 분석, 보험상품 판매 등 적극적인 ESG 대응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실행가능한 영역에서의 ESG 활동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내 보험사들은 ESG의 각 분야를 동등하게 중시하기보다, 사회(S)에 비해 환경(E)과 지배구조(G)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ESG 활동이 단순히 사회적 책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임이 분명해진 만큼, 국내 보험사들도 글로벌 수준의 ESG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구위원은 “ 보험회사에서 ESG 경영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의 구성 및 관리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의 지출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바로 수익성 증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시차를 두고 수익성 및 기업가치 향상과 같은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보험 산업 내외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험회사들은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이 단순히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치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임을 인식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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