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 13대 주력산업의 수출 증감률 전망. 자료=산업연구원 
2023년 하반기 13대 주력산업의 수출 증감률 전망. 자료=산업연구원 

[이코리아] 한국경제가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다. 반도체·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상반기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행히 6월 수출이 1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하반기 수출 개선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8억9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3% 증가했다. 동기 기준으로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3.7%) 이후 10개월 만이다.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무역수지도 적자 폭을 줄였다. 1~20일 무역수지는 16억700만 달러 적자로, 지난달 같은 기간(42억9800만 달러 적자)보다 확연히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 줄었지만, 지난해 10월 마이너스 전환 이후 최소폭 감소다.

자동차가 한국 수출을 이끄는 가운데 반도체 및 대중수출 부진도 다소 완화된 영향이다.

품목별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승용차(110.1%)와 자동차 부품(15.1%)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르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23.5% 감소했지만, 5월 같은 기간(-35.5%)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둔화했다. 

이 기간 중국에 대한 수출은 1년 전보다 12.5% 감소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대였던 감소폭이 지난 1월 -30%대를 돌파한 바 있다. 

이달 들어 반도체 적자폭이 줄어들면서 긴 불황의 터널은 이제 지났다는 해석이 온다. 특히 최근 AI 산업 성장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는 점도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 효과는 마이크론 실적으로 먼저 판단할 수 있는데 순손실 규모가 축소되면서 본격적인 이익 개선이 시작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마이크론의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인 올해 예상 최대 70억 달러를 유지할 경우 올 3분기 capex는 유의미한 감소가 예상되며 중장기적인 수급 안정화 유발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대감이 선행된 가운데 실적 및 설비투자 방향성이 뒷받침될 경우 (반도체 업종이) 본격적인 이익 전망치 상향구간에 진입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아진다 하더라도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3.5% 감소해 10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챗GPT'발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다 해도 전방 소비 부진이 여전해 낙관하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산업의 경우 생성형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전체 메모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딘 모습으로, 일부 메모리업체의 밀어내기로 데이터센터 업계 재고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무역수지 흑자 전환 시기를 9~10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 무역적자가 -125억3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폭이 줄고 있다. 이에 3분기부터 선박과 화학공업,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 보고서를 통해 "수출기업들을 상대로 3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 지수를 조사한 결과 108.7을 기록해 수출 경기가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수출전망지수는 지난해 1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었다. 

무역협회는 15개 주요 품목 중 선박과 화학공업 제품, 반도체 등 10개 품목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 등 부정적 요소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2일 '경제주평' 통해 "현재로서는 하반기 수출이 반등하고 내수 시장이 개선되면서 경기 전환점이 마련되어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는 'U'자형 경로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러나 하반기에도 수출 침체가 장기화되거나 소비가 더 이상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L'자형 장기 침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반면 경제전망이 '상저하고(上低下高)'여도 하락세 부담을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국내 13대 주력산업 중 △조선(50.8%) △철강(3.8%) △이차전지(9.2%) △바이오헬스(3.6%) 등은 하반기 수출 증가가 예상되지만 △정유 △정보통신기기 △반도체 등은 대다수 산업에서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대내 부정적 여건의 영향도 함께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은 "대외여건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경기 회복세 제약으로 전년동기(-3.2%)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4.3% 감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는 한 변화의 시그널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7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아직 6월 수출실적이 다 집계되진 않았지만 반도체 수출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면서 "수출의 경우 하반기 터닝포인트가 분명히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특별히 커지지 않는 이상 기저효과와 더불어 올 4분기 기술적 반등은 확실할 것으로 보며, 다만 '시점'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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