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업종별 차등임금 적용 논의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데다, 경영계의 숙원이기도  만큼 논쟁의 여파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2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할 지에 대해 투표한 결과, 찬성 11명, 반대 15명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찬반으로 엇갈린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단일 최저임금제 유지 의견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경영계는 단일 최저임금제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저임금 업종에 대한 차별과 낙인 효과만 유발할 것이라 반대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가 차등적용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별 임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7년째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데,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할 경우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부정적”이라며 “구조적 성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차등적용, 성별 임금 격차 악화될까?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저임금 업종의 여성 근로자 비율이 비교적 높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임금 지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편의점 ▲택시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남초’ 직종(2019년 기준 여성 종사자 비율 2.3%)인 택시를 제외하면 모두 대표적인 ‘여초’ 산업으로 분류된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는 지난 2020년 기준 202만3871명으로 그 가운데 여성 종사자는 61.4%에 해당하는 124만3136명으로 집계됐다. 숙박·음식점업은 제조업, 도·소매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 이어 종사자 수가 네 번째로 많은 산업으로 택시업보다 종사자 수가 8배나 많다. 또한, 숙박·음식점업의 여성 종사자 비율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교육서비스업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편의점 또한 마찬가지다.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체인화 편의점 종사자 수는 2019년 기준 18만535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여성 종사자 수는 9만6622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52.1%를 차지했다. 전체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이 43.2%(2020년 기준)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져 최저임금 차등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업종에는 상대적으로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업종이 다수 포함돼있다. 만약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발표한 ‘최저임금 성별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20% 이상인 8개 업종에서 일하는 여성 취업자는 532만명으로 전체 여성취업자의 46.5%를 차지한다. 이는 여성 취업자 약 2명 중 1명이 사용자위원 측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주장하는 업종에서 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참고로 남성의 경우 전체 취업자의 36.1%인 555만4천명이 8개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헀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이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할 경우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부정적이며 현재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을 산업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논의가 제기된 바 있다. 로저 윌킨스 멜버른대 교수와 바바라 브로드웨이 박사는 지난 2017년 발표한 글에서 “2008~2014년까지의 ‘호주 가계·수입·노동 역학조사’(HILD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여성은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남성보다 시간당 약 10% 적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남녀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는 숙련도나 능력, 교육 수준, 경력 등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최저임금은 체계적으로, 그리고 불공평하게 여성이 더 많은 직업에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내에서 남성의 고용 비율이 높을수록 최저임금 또한 높아진다”며 “최저임금의 업종의 성별 구성에 따라 중립적으로 결정된다면, 성별 임금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또한 지난 2019년 발표한 ‘최저임금제도 변화와 남녀근로자의 임금 연구: 업종 및 지역구분 논의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성별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지만 특정 산업이나 지역의 근로자 분포를 고려할 때 성별로 다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차등의 대상이 되는 업종에서의 최저임금 인상률 억제는 이후 해당 산업의 임금 격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별로도 현재 임금이 낮은 지역에 낮은 인상률을 적용하면 임금격차 해소 효과를 상당히 제한하게 될 수 있다”며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상대 임금을 높여 임금의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면, 특정 업종이나 지역별 최저임금의 도입은 이 효과를 제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적용 대상으로 거론하는 숙박·음식점업 등의 업종은 여성 종사자 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억제할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호주에서도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이 최저임금을 받는 남성보다 더 적은 수입을 얻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실제 성별 임금 격차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20, ‘최저임금 성별 현황과 쟁점’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2019~2020)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최저임금제도 변화와 남녀근로자의 임금 연구: 업종 및 지역구분 논의를 중심으로’ 

Barbara Broadway and Roger Wilkins, 2017, ‘Probing the Effects of the Australian System of Minimum Wages on the Gender Wage 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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