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사진=뉴시스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5월까지 계속됐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6월 들어 한풀 꺾였다. 이달 초 2600을 넘어서며 기세를 올렸던 코스피도 외국인 이탈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16거래일간 국내 증시에서 7783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지난달 같은 기간(5월 2일~24일) 국내 증시에서 2조432억원을 사들이며 ‘셀 인 메이’(Sell in May)라는 증시의 오랜 격언을 무색하게 했지만, 이달 들어 매도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매도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외국인은 6월 첫째주(5~9일) 609억원을 순매수하며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을 이어갔으나, 둘째 주 240억원을 순매수하며 매수사가 약화됐고, 셋째주인 지난 19~23일에는 무려 1조5620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로 전환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를 꼽았다. 실제 연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했으나, 최종금리 전망치를 기존 5.1% 대비 0.5%포인트 높은 5.6%로 상향했다. ‘베이비스텝’을 가정하면 연내 두 차례의 추가인상이 가능하다는 것.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FOMC 위원 대부분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 금리차는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지만, 연준이 추가 인상을 결정할 경우 2%포인트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금리차가 외국인 자금 수급의 유일한 변수인 것은 아니지만, 역대급 금리차를 눈앞에 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 3월 은행 위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 23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5배로 지난 2005년 이후 분포의 상위 8%에 해당한다. 

다만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를 추세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 대해 6월 월간 약 1500억원 순매도로 전환한 상태인데, 코스피 대형주 순매도는 약 490억원에 불과하다”며 “중소형주에 약 1000억원을 순매도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 투자자의) 업종별 순매수 동향도 지난 5월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과 같은 업종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의 매도세를 “반전된 흐름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 외국인 순매수 상·하위 종목 순위는 이달 들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9991억원), 두산에너빌리티(2914억원), SK하이닉스(1912억원) 등이었으며, 가장 많이 판 종목은 포스코홀딩스(–2987억원), 네이버(–2017억원), 에코프로비엠(-1841억원) 등이었다. 반도체주를 매수하고 철강·2차전지 관련주를 매도하는 추세는 지난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은 잠시 쉬어간다고 보면, 보다 본질적인 증시 부담요인은 밸류에이션”이라며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며 밸류에이션이 고점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다만 미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를 단행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을 정말로 크게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이를 빌미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정 부분 매물을 소화한 후에는 투심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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