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인텔이 독일에 세울 반도체 공장 예상 조감도. 사진=인텔 
사진은 인텔이 독일에 세울 반도체 공장 예상 조감도. 사진=인텔 

[이코리아]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매출 2위인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맞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IT 전문 외신 테크고잉에 따르면 인텔은 이날 회사 구조를 개편하고 웨이퍼 파운드리를 담당하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부서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증권사 UBS는 보고서를 통해 "인텔의 다음 단계는 고객과의 경쟁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완전히 분사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사업부 형태로 남아있는 IFS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인텔의 자체 브랜드 반도체와 독립된 주체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UBS는 "인텔이 그동안 쏟아 부은 투자를 고려하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손을 떼기는 이미 늦었다"며 "이러한 전망이 오래 전부터 힘을 얻고 있었다"고 전했다.

티모시 아큐리 UBS 분석가는 "파운드리 분리 시 4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의 절감 기회가 있다"면서도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비용 세분화는 효율성을 개선하고 제품 및 프로세스 속도를 향상시킬 것" 이라면서도 "우리는 그 행사가 정말 새로운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 실망스러울 정도로 중립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UBS 측은 인텔에 대한 '중립' 등급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32.71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인텔 주식에 29달러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주주 이익 환원 문제로 서드포인트 등 투자자들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디커플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데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인텔 주가는 전날 5%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6%나 급락했다. 앞서 인텔은 21일 나노 제조 사업 부분을 베인 캐피털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사업 부분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21일 발표한 인텔의 나노제조 부문 매각은 인텔이 그만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주가가 6%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 및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에 각각 200억 달러(약 25조8000억 원) 규모 초기 투자를 벌이고 있다. 또 유럽을 거점으로 파운드리 분야에서 도약을 위해 최근 독일 공장에 300억 유로(약 42조3000억 원)의 투자도 확정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만의 TSMC에 이은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데이비드 진스너 CFO는 투자자를 위한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에 파운드리 분야에서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2위 업체로 등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인텔이 파운드리 고객사가 누구인지 파운드리 생산 스케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인텔의 의도대로 될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TSMC와 삼성은 스마트폰, 인공 지능 서버 및 크립토마이너에 사용되는 칩을 대량 생산하면서 최고급 제품을 지배하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약 50%는 16nm 이하로 제조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두 리더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영역이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종합 전자 기업으로써 애플·인텔·퀄컴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고객이자 경쟁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부문이 삼성전자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돼 생산 기반을 독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지경학(Geo-economics) 시대와 반도체'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객사들과의 접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파운드리 산업의 상황을 반영해 고객사들이 위치한 미국과 더불어 유럽 등지에도 추가로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 현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이를 미국에 상장하는 등의 대안도 생각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에 최대 걸림돌로 투자 재원 마련을 꼽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막대한 시설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위탁생산 실적만으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불가능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은 2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 되는데, 인텔은 서버용 CPU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에 자금을 대고 있다. 만약 2개를 분리한다면 당장 재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이슈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위해 외부 투자자 합작법인을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인텔이 외부투자자 자금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 분사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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