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제 밀 가격의 하락을 이유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공개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업계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검토해 보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는 18일 KBS의 '일요진단' 방송에 출연해 라면값 인상과 관련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나하나 개입해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값은 1년 전에 비해 13.1% 인상됐다. 가격 상승 폭은 라면을 포함한 전체 가공식품(7.3%)의 2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9월 농심은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뒤이어 오뚜기는 11%, 삼양식품은 9.7% 가격을 올렸다.

물가 상승률이 10%선을 웃도는 품목은 라면 하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의 세부 품목 112개 중 31개(27.7%)는 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았다. 또 '의식주'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의류 물가의 경우 작년 같은 달보다 8.0% 상승해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앞서 라면 업계는 지난 2010년에도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값을 인하한 적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도 밀 가격의 하락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담합을 내세워 조사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펼쳐지면서 라면 업계 뿐만 아니라 제과·제빵업계도 줄줄이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2.7~7.1% 인하했고, 오뚜기도 6.7% 인하했다. 삼양식품은 주요 제품의 가격을 2.9~6.7% 내렸다. 

추 부총리가 이날 공개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면서 관련 식품업계는 곤혹스럽지만 라면값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1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국제 밀 시세가 떨어지긴 했어도 우리는 국내 제분업체로부터 밀가루 가격을 공급받는다. 제분 가격은 조정이 안 된 상황"이라면서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하 요청이 온 건 아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방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밀 가격은 1년 전 보다 반토막 났지만 여전히 평년(201달러) 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 통계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밀 가격은 톤(t)당 22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19달러) 대비 45.6% 떨어졌다. 

밀가루와 팜유는 전체 라면 가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식품 회사들은 원재료를 미리 공급받아 쓰기 때문에 이를 공급가에 바로 조정하기 쉽지 않다. 설사 밀 가격이 내렸더라도 식품 회사들이 사들이는 가격에 반영될 때까지 3~9개월의 시차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전분과 설탕 등 다른 원자재 및 인건비 등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뚜기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들은 바는 없다. 갑작스런 요청이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할 계획"이라면서도 "밀가루 외에 스프, 포장, 물류비, 인건비 등 모든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에다 가공품의 가격이 쉽사리 오르락내리락하는 품목이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인하한다는 게 쉽진 않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햄버거와 치킨 등 3, 4월에도 가격 인상을 이어간 외식업체를 두고 유난히 식품에만 엄격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라면 공급가를 내린다고 해도 정작 물가와 연관된 시장에는 인하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공급가를 인하하면 분식집도 라면값을 내려야 하는데, 실제로 효과가 날지 의문"이라면서 "술값을 동결해도 이미 술을 파는 가게들은 소주 1병에 5000원을 받고 있다. 이런 식이면 치킨값도 내려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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