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바이트의 냉침서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기가바이트의 냉침서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대만의 타이페이 난강 전시장에서는 컴퓨텍스 2023이 개최되었다. 올해에는 26개국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3,000개 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코로나 19가 끝난 후 처음 열리는 컴퓨텍스 2023은 2019년 전시회의 70% 정도를 회복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 뒤졌던 대만의 전자산업이 새롭게 부흥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

인공지능 산업의 총애를 받는 NVidia의 시가총액은 이미 삼성전자의 4배로 성장했고, Nvidia와도 협력하는 TSMC는 이미 삼성전자의 1.5배가 넘는다. 인공지능 발전에 힘을 입어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에 이미 대한민국을 추월했다. 대만 국민들의 삶의 질, 문화융성, 소득 분배는 아직 한국 수준을 따라 오지 못한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은 대만의 중소도시인 신죽이나 타이중, 타이난, 카오슝에서도 잘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타이페이의 중심부에 있는 타이페이역에서 반난선을 타고 20분 후 난강전시장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외국인들의 입장이 가능했는데 전시장은 이미 오전 9시부터 붐볐다. 올해도 일본, 한국, 인도, 유럽의 다양한 참관객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양안관계의 영향인지 몰라도 올해 중국 본토업체들의 참여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에 대한 젠슨황의 기조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Nvidia의 대표 젠슨황이 직접 진행한 2시간 짜리 연설은 여러 채널로 중계되었는데 1시간 이상 시청자만 2백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투명LCD를 활용한 PC케이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투명LCD를 활용한 PC케이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시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젠슨황의 연설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젠슨황이 그린 미래의 컴퓨터는 데이터센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 작성한 것처럼 200대~400대를 묶어야 인공지능은 원활하게 가상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미래의 컴퓨팅은 GPU가속컴퓨팅과 ChatGPT를 예로 들 수 있는 생성컴퓨팅으로 함축된다. 컴퓨터들은 서로 연결되어야 제대로 된 성능을 내므로 스피드는 결국 네트웍에 의하여 좌우된다.

위와 같은 스피드를 위해 Nvidia는 CPU와 GPU를 통합한 새로운 네트웍인 Nvi-link를 만들었다는 소개도 나왔다. 젠슨황은 모든 기업은 머지 않아 수억을 투자하여 각자 고유한 AI컴퓨터를 가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어놓았다. 그리고 Nvidia가 천문학적인 AI서버 가격을 30억~300억원 대로 크게 낮추었다는 설명도 강조했다.

젠슨황이 주도하는 가장 큰 혁신은 AI CPU의 보급으로 곧 공장의 로봇이나 서버는 복잡한 프로그램 없이 간단한 자연어로 알아서 작업을 하게 된다. 다수의 기계의 움직임을 위하여 그동안 PLC에 일일이 명령어를 코딩해야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미래의 로봇에게는 간단한 명령만으로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진다.

액체질소를 이용한 냉각.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액체질소를 이용한 냉각.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컴퓨텍스에 나타난 2번째 커다란 특징은 냉침기술의 확대이다. Nvidia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기가바이트(Gigabyte)는 서버용 냉침설비를 소개했다. 또한 팍스콘 자회사인 인그라시스도 대형 냉침설비를 선보였다. 일부 업체는 퍼포먼스를 위하여 액체질소를 냉각제로 활용하기도 했다.

문어모양의 PC.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문어모양의 PC.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컴퓨터 판매가 이미 한계에 이르자 다양한 튜닝제품에 열중하는 회사들도 등장했다. 투명LCD가 케이스의 전면을 장식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화산이나 문어모양의 독창적인 케이스도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대만의 난강전시장에 전시되지 않은 최신제품들은 타이페이 명소인 '타이페이101'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타이페이 101는 디지털기술을 상징하는 101층 건물이다. 애플은 이곳에 서울의 강남보다 큰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알려진 명품브랜드인 뱅앤울룹슨도 이곳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피라미드  모양의 PC.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피라미드 모양의 PC.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삼성전자는 아직 이곳에 매장이 없지만 타이페이의 전자상가인 신트렌드(Syntrend)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신트렌드는 대만의 유명한 노트북 브랜드인 아수스(Asus), 에이서(Acer), MSI와 키보드와 마우스를 제조하는 로지텍 등에서 생산한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비교하며 살필 수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도 삼성이나 LG보다 이곳에서 강세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 대만의 전략적인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서방세력의 단결을 위하여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흘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고, 중국은 대만내 중국제품의 점유율을 높이며 대만에 터전을 만든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컴퓨텍스 2023은 끝났지만 새로운 IT강국으로 등장하는 대만을 새로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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