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북신만에 발생한 산소부족 물덩어리 분포도. 자료=국립수산과학원
통영 북신만에 발생한 산소부족 물덩어리 분포도. 자료=국립수산과학원

[이코리아] 기후위기로 인해 바다 속 산소가 줄어들고 있다. 해양 용존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산소를 많이 사용하는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어업과 관련 산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으로 중국 남동부 연안 바닷 속 산소량이 줄면서 생태계 변화가 발견됐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최근 중국 남동부 연안에서 봄베이 덕(물천구) 어획량이 급증하며 바다 속 산소량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발견됐다. 시간당 200kg 넘는 양이 포획됐는데, 이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 늘어난 양이다.

다니엘 파울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수산학 연구원은 이 같은 원인이 "이 곳 바다의 산소 농도가 극히 낮기 때문"이라며 "적은 산소를 견딜 수 없는 어종은 이곳을 떠났다. 그리고 생리적으로 적은 산소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어종인 봄베이 덕이 유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수온이 더 올라가고 산소는 줄어든 미래의 바다에는 어종 다양성이 더 적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성장이 저해돼 크기가 작을 것이라고 말한다. 산소 최저 구역에선 큰 물고기는 개체수를 늘릴 수 없고 해파리만 번성한다. 설상가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박테리아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BC는 "학계에서 온난화, 산성화, 탈산소화라는 세 가지 영향을 비교했을 때 산소 부족으로 인한 결과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장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또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한 해양 용존산소량 감소가 다시 기후변화를 촉진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니스 브리트버그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앞서 2018년 1월 사이언스지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상승은 물 속에 용해된 산소의 양을 감소시킨다. 용존산소량 감소는 수중 생물의 번식을 방해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화석연료의 연소, 하수 오물 등에서 생성된 질소는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식을 촉진하는데, 식물성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과소비되어 다른 생물들의 호흡을 방해한다.

데니스 교수는 "산소량이 극도로 낮은 지역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온실가스를 자체적으로 생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산소가 매우 희박한 산소부족 해역의 규모가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1960년에 비해 2010년의 전 세계 해양의 산소 보유량이 2%나 감소했다. 이는 약 770~1450억 톤의 산소가 고갈된 양이다. 

또한 현재 상태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진다면 2100년까지 현재 수중 산소량의 3~4%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IUCN은 해양산소 감소에 관한 이 보고서를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발표했으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해양산소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해양산소농도 부족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하면서 농업 기인 오염물질 배출 감축과 남획 제한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해양 내 산소 농도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남해안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첫 발생 이후 6월 들어 북신만과 한산만으로 확대됐다.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는 여름철 수온이 높아지면 밀도 차이에 의해 바닷물 상층부와 저층부에 밀도 약층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바닷물이 섞이지 못해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 저층의 용존산소가 고갈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바닷물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내만에서 발생하여 양식생물의 폐사를 일으키는 등 양식어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5월 31일~6월 2일 수과원에서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 북신만과 한산만 해역의 저층에서 용존산소 농도 2.10~2.23 mg/L, 2.57 mg/L인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관측됐다. 

산소부족 물덩어리는 매년 남해 연안에서 5월 말~6월 초에 발생하여 9월 말~10월 초에 소멸하는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북신만은 11일 빨리, 가막만은 9일 늦게 발생했다.

이번에 출현한 산소부족 물덩어리는 아직 발생 초기라 분포범위가 적지만, 앞으로 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산소부족 물덩어리의 두께가 점점 두꺼워지고, 주변 해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 연안의 굴, 홍합 양식장에서는 채묘 시기(5월말~6월초)와 겹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수하식(양식생물을 수중에 매달아 양성) 패류 양식장에서는 수하연(줄)의 길이를 짧게 조절하여 패류에 충분한 산소공급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찬 국립수산과학원 어장환경과장은 “ICT 기반 관측시스템과 현장 조사를 통해 산소부족 물덩어리에 대한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여 양식어업인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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