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모습. 사진=포스코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모습. 사진=포스코 

[이코리아] 철강산업은 1톤의 철강생산마다 1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 관리해야 할 핵심 대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철강 부문 탈탄소화를 환기하고 녹색철강 확대를 위한 회담이 아시아에서 열렸다. 

지난 8일 RE100 캠페인을 이끄는 다국적 기후단체인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은 싱가포르 샌즈 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 기후행동회담을 개최했다.

스틸제로는 클라이밋 그룹이 리스폰시블스틸(ResponsibleSteel)의 도움을 받아 철강 부문의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시작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기존의 철강 생산 공정은 제철용 석탄에 의존하는 고로-전로(BF-BOF) 중심인데, 이를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법 등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공정으로 전환하고 공급망 전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게  스틸제로의 목적이다. 

철강사들이 생산한 강재를 소비하는 전 세계 여러 기업들이 스틸제로에 가입하고 있으며, 스틸제로를 중심으로 철강사들과 철강 생태계에 속한 다양한 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볼보, 머스크, 오스테드, 지멘스 가메사 등 전 세계 36개 기업이 가입했으며 이 기업들 역시 이번 스틸제로 회담에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

이번 스틸제로 회담엔 충청남도가 참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대응과 탈탄소 철강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기영 행정부지사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인 2050년보다 5년 빠른 충남의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소개했으며 도내에 자리한 현대제철을 언급하며 스틸제로에 대한 공감과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지사는 "충청남도에는 대한민국의 주요 철강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만큼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저희 도는 스틸제로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관련하여 기업의 구조 전환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저탄소 전환을 위한 세제 및 금융지원,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 클러스터 지정, 해상 풍력단지 조성 등의 정책도 추진한다"고 말했다.

클라이밋 그룹 헬렌 클락슨 CEO도 기조연설에서 녹색철강으로 전환하는 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락슨은 “전 세계 조강생산량 중 70%를 차지하는 아시아에 전 세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좋은 기회가 있다”라며 “아시아 철강 기업들이 기후 친화적으로 나아가면 전 세계 철강업계가 이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테드의 파스칼 랑제 아태지역 공급망 책임은 패널 토론에서 풍력 구조물용 강재 공급망에서 탈탄소를 이루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2011년 포스코와 맺은 양해각서를 사례로 들었다. 오스테드는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한국에 구축하고, 포스코는 해상풍력발전 단지 구축에 필요한 강재 공급과 함께 풍력발전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고 합의했다.

리스폰시블스틸의 애니 히턴 CEO는 패널 토론에서 리스폰시블스틸에 가입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소개했다. 두 철강사는 리스폰시블스틸이 정한 녹색철강과 지속가능 기준에 따르며 철강계의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틸제로에 정식으로 가입한 철강 수요 기업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열린 첫 스틸제로 회담인 만큼 국내 기업들에게도 좋은 계기가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스틸제로 회담에서 기조연설 중인 충남 김기영 부지사. 사진=기후솔루션
스틸제로 회담에서 기조연설 중인 충남 김기영 부지사. 사진=기후솔루션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강화되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철강업계의 대응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산업은 연간 26억톤의 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산업 전체 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준 철강산업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1.2억톤으로 산업 전체 배출량의 19.2%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에너지(37.3%)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치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철강의 탈탄소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탈탄소 제철 공정으로 전환하기에는 공급망 체인 관점에서도 기술 개발 및 상용화와 더불어 공급망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보고서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일관제철사를 중심으로 중∙장기 대응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나, 도래할 탈탄소 시대의 주도권 확보가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오면서 향후 철강산업의 기술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앞서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탄소배출량을 2030년 20%, 2040년 50% 감축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투자전략과 단계별 상세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국내 기후위기 대응·탄소감축 목표 달성 등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2030년 이전 기존 고로 중심의 생산에서 벗어나 전기로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고철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 방식은 봉형강·철근 등 주로 건설용 자재를 만들며, 온실가스 배출 수준은 고로의 4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2025년 광양제철소와 2027년 포항제철소에 각각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 1기를 신설할 예정이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주요국가들이 수소환원제철 개발 및 생산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지원금 및 자체 투자를 통해 2026년까지 연간 10만톤 규모의 수소로 환원하는 디알아이(DRI) 제조 설비를 준공할 예정이며, 스웨덴은 2030년까지 하이브리트(HYBRIT)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35만톤의 무탄소 철강 생산을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HyREX) 기술로 연간 100만톤 철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H₂)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H₂O)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친환경 전기로 기술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로 인한 원가 상승은 수요 기업들이 녹색철강 구매를 주저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녹색철강 시장이 충분히 성숙해질 수 있도록, 정부 및 지자체의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 및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철강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 부지사 역시 철강의 탈탄소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부지사는 "철강기업의 적극적인 탄소감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탄소 철강제품이 빠르게 상용화되도록 정부나 공공기관이 시장에서 수요를 적극 창출해 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클락슨 CEO도 이와 비슷하게 “이윤 창출이 최우선인 채로, 효과적인 정부 규제도 없다면 철강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탈탄소 철강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철강사들도 탈탄소 기술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지사는 "철강 탈탄소화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인 대규모 녹색 전력 공급을 하려면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도 대규모로 확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은 오는 10월 '2023 기후위기대응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러 주제와 더불어 전 세계 철강사, 수요기업 등 관계자들과 스틸제로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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