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함장 비하 발언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함장 비하 발언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더불어민주당이 천안함 관련 설화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언론은 관련 발언을 집중 조명하며 민주당의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민주당 ‘천안함’ 설화 논란 보도, 키워드는 최원일·권칠승·이래경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천안함’을 검색하자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총 875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7일 가장 많은 278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이는 이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천안함 관련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국민의힘이 권 수석대변인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를 결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안함’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키워드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등 최근 설화와 관련된 중심인물들의 이름과 직책이었다. 앞서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민주당 쇄신을 이끌 신임 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됐으나, 인선 발표 후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이 이사장이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천안함 사건이 미국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논란이 됐기 때문.

당시 이 이사장은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서 격추된 사건을 언급하며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 이번에는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해 연일 대서특필하고, 골 빈 한국언론들은 이를 받아쓰기 바쁘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자 이 이사장은 “사인의 지난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이 유감스럽다”며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최 전 함장을 비난했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전 함장이 이 이사장의 해촉을 요구한 것에 대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라며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후 논란이 되자 권 수석대변인은 7일 해당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히고, 8일에는 최 전 함장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도 ‘천안함’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였다. 이는 최 전 함장이 지난 6일 현충원 추념식에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항의의 뜻을 전한 데다, 국민의힘이 이번 논란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묻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는 그릇된 인사와 당직자의 망언에 대해 국민과 천안함 용사들 앞에 사과하고, 천안함을 대하는 왜곡된 인식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결과에 대해선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5~9일 보도된 더불어민주당의 천안함 설화 관련 보도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5~9일 보도된 더불어민주당의 천안함 설화 관련 보도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천안함 설화에 “민주당 쇄신 의지 있나?” 비판

언론은 민주당의 천안함 설화 논란과 관련해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당 쇄신이 시급한 상황에서 꼬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중앙일보는 6일 사설에서 “(민주당은) 진영을 초월해 국민적 신망이 있는 인물을 찾아 성역 없는 혁신을 주도하게 해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부적격 인사를 내세우자 당장 당내에서조차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는 철회 요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다툼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으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민주당이 진정 변화할 의지가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사로부터 제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 결의문에서 ‘반성하고 변화하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임명과 사퇴로 민주당의 쇄신 약속은 지키기 어려워졌고, 더욱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 팬덤 정치 논란 등으로 큰 위기를 맞은 상태”라며 “혁신기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강성 지지자에게 휘둘리는 정당 문화를 개혁하고 포퓰리즘 정책 대신 합리적인 실용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겨레는 7일 사설에서 “부실한 밀실 인선의 결과로 (이 이사장이) 당일 사퇴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이젠 오히려 혁신위 구성이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다”며 “당 안팎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해야 할 혁신위마저 ‘친명’으로 구성해 당을 더욱 장악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불신도 자초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돈봉투·김남국 의혹 초기에 당의 미온적 대처가 이어진데다 이번 혁신위 파동까지 겹치자 이젠 판단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며 “이 대표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특단의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또한 7일 사설에서 “이 대표는 임명 하루 전날에야 지도부 인사들에게 인선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추천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거의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밀실에서 이뤄진 독단적 의사 결정이 부른 혼란”이라고 평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혁신위원장이 당내 계파 갈등을 추스르고 당 쇄신을 하기 위해선 비주류 진영도 수긍할 만한 신망과 중립적 성향을 보여야 한다”며 “이 대표 ‘호위무사’로 비치는 인사에게 민감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 해결의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니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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