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갈무리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갈무리 

[이코리아] 코로나19 진단 관련 대표 기업인 씨젠이 영업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율 배당을 결정해 논란이다. 진단키트 수요가 꺾이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할 시점에 대규모 배당으로 전형적인 최대주주의 ‘자기몫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Fn)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 2021년 매출 1조3708억원에 영업이익 666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8536억원에 영업이익 1965억원으로 실적 감소를 겪었다. 

씨젠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38억원으로 전년동기 1997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과 순이익 또한 전년동기대비 각각 80.1%, 98.8%가 감소했다. 씨젠은 PCR 기반 코로나 진단키트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 검사가 대중화됐고, 이에 씨젠의 실적도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소화기감염증, 인유두종바이러스 등을 진단하는 시약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에프엔가이드 기준 씨젠의 2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도 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대폭 축소됐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기본적인 영업 경로는 국내외 협력 대리점 및 해외법인으로, 이탈리아, 중동, 미국, 캐나다, 독일,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남아공에 현지 법인 및 지점을 설립해 지역적 접근 및 직접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총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77%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씨젠의 연간 실적을 매출 4400억원에 영업이익 644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만 비코로나(Non-COVID) 매출 성장은 고무적"이라면서 "작년 2분기부터 매출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여 올해 2분기부터 성장성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증가 및 마케팅 활동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사업 본격화 및 5000억원 수준의 현금이 적소에 활용된다면 실적 성장 및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씨젠은 올해 다수의 특허 기술이 적용된 60여 종의 신드로믹 분자진단 제품과 완전 자동화 분자진단 시스템 AIOS™를 기반으로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 공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 1분기 미국에서 연구용(RUO) 제품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씨젠 측은 밝혔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호흡기 제품에 대한 허가 신청 건을 접수하고, 내년부터 연 3개 이상의 신규 제품을 개발해 FDA 인증을 받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사업 발굴에 힘을 쓸 인력은 줄어 들었다. 

씨젠은 지난 2019년 314명이던 직원이 2021년 1070명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연구인력도 115명에서 536명으로 5배 가까이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엔 직원(1016명)과 연구인력(464명)이 전년 대비 각각 54명(5%), 72명(13%) 줄었다. 또한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씨젠은 지난해 405억원의 현금배당을 포함,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12억원을 배당했다.

또 지난 10일 보통주 1주당 200원(시가배당율0.8%)의 현금배당(분기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보다 배당 총액은 8억원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466%로 406%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지난 2일 공시에 따르면 씨젠은 천종윤 대표와 천 대표 삼촌인 천경준 회장, 부인 안정숙 씨, 이밖에 사업보고서 상에 ‘친인척’으로 표시한 천 씨 일가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 지분이 31.14%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오너 일가의 회사 지분율로 계상하면 오너 일가가 전체 431억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이 가운데 239억원이 천 대표 앞으로 돌아갔다.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지만 천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배불리기’란 의심의 눈초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이다. 연구개발(R&D)이 생명인 제약·바이오 사업의 특징을 감안할 때 배당금 절반 가까이를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씨젠의 배당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은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결정이지만 주가에 비해 배당금액만 늘어날 경우 재무구조를 해치게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씨젠의 주가는 7일 기준 2만4700원으로,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던 지난 2020년 8월 14일 장중 16만1926원에서 거의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씨젠의 배당 확대 정책과 더불어 투자 확대 및 신사업 진출 등의 주가 부양책이 따라주지 않으면 전형적인 대주주의 ‘자기몫 챙기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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