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및 코스피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및 코스피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업황 악화로 부진했던 반도체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5일 종가 기준 7만1700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5만5500원) 대비 1만6200원(29.2%) 올랐다. SK하이닉스 주가 또한 같은 기간 7만5700원에서 10만8700원으로 3만3000원(43.6%)나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7.5%)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주가는 지난 2021년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내려오다 올해 들어 회복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발 은행위기 등의 여파로 증시가 침체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하락 전환했지만, 이후 반등을 시작해 지난해 초 수준까지 주가가 회복됐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충격적인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우려를 샀지만, 오히려 반도체 감산 기대감 등으로 주가는 더 오르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반도체 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1~2위는 삼성전자(10조5693억원)와 SK하이닉스(1조6005억원)였다. 올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규모가 12조651억원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 주만 사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8조6110억원, 1조8925억원 순매도하며 반도체 주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반도체 주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퍼지고 있다. 특히 AI 열풍으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상당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로 제시된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혜 효과는 크게 ▲서버용 DDR5 고용량 제품 수요 증가 ▲AI 반도체(GPU 등) 증가에 따른 HBM 등의 메모리 증가”라며 “AI 응용처는 챗봇 외에도 AR·VR, 자율주행, 핀테크,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며 이를 위한 학습과 추론용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설령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측면에서 AI 효과가 빠르게 확인되지 않더라도 중요한 건 속도보다 방향성”이라며 “현재의 방향성을 감안할 때 경기회복 국면(2023년 하반기~2024년 상반기)에서 AI 관련 수요 증가는 경기보다 가파르게 확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AI 열풍 효과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I서버는 제조원가(BOM Cost)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GPU 비용으로 인해 일반 서버 대비 약 12~27배 높은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로 인해 올해 AI서버 시장은 118만대 수준으로 고성장하는 대신, 일반 서버 시장은 전년 대비 –3% 위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서버 시장의 축소가 AI서버 증가로 인한 메모리 수요 증가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라며 “AI 서버의 확산이 메모리 수요 관점에서 완전한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려면 AI서버 투자 확대가 일반 서버 수요를 위축시키는 형태가 아니어야 하지만, 아직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공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매크로 환경이 아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업황 바텀 아웃 관점에서의 긍정적 시각은 유지한다”며 “기대에 못 미치는 수요 성장에도 감산을 통한 공급 축소 효과 본격화됨에 따라 수급 균형이 회복될 수 있으며, 제한적인 Capex(설비투자) 집행으로 인해 내년에도 공급 환경은 타이트할 수밖에 없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