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승인실적 추이.(단위: 억 원) 자료=여신금융협회
카드승인실적 추이.(단위: 억 원) 자료=여신금융협회

[이코리아] 엔데믹 전환 이후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카드 이용실적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 승인금액 및 승인건수는 각각 277.5조원, 63.7억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신금융협회는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활동 중심 내수 회복, 해외여행 정상화 및 외래관광객 증가로 인한 여행·여가 관련 산업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소비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도체 공급의 점진적 해소 및 신차 효과로 인한 자동차 판매량 증가, 비대면·온라인 관련 매출의 견조한 성장세도 승인실적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카드사들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지난 1일 발표한 ‘신용카드사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725억원으로 전년 동기(7569억원) 대비 24.4%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도 1.2%로 전년 동기(2.0%)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카드사 수익성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상승이다. 실제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 금리는 지난 2021년 1분기 1.5%(가중평균 기준)에서 올해 1분기 4.3%까지 상승했다. 금리상승으로 조달비용이 급증하면서 카드사가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나신평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1분기 총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같은 기간 각각 69%, 51%나 증가하며 이익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나신평은 “신용카드사들의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2022년 우대가맹점에 대한 가맹점수수료율 하향 조정 및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평균 운용수익률이 하락한 가운데,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률이 상승하고 과도한 가계부채 규모 및 부동산시장의 침체 등으로 대손비용률은 상승하면서 수익성 하락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지표 또한 악화하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연체율은 1.54%로 2021년 말(1.10%)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카드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나신평은 “여전히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어 중단기간 높아진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제2금융업권 및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드사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단위: 십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카드사 할부금융 및 리스 자산.(단위: 십억원) 자료=금융감독원

간편결제 시장이 빅테크 위주로 재편되면서 카드사들이 차지할 파이가 줄어든 것 또한 악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중 카드사 비중은 33.4%로 2019년보다 10.4%포인트 감소했지만 카드사 이외의 핀테크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56.2%에서 66.6%로 증가했다.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 또한 일평균 2342만건, 7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2%, 20.8%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6.8%에 불과하다. 게다가 애플페이 국내 도입으로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사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문을 빅테크에게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도 신용판매 및 카드론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금융 등 할부·리스 업무를 확대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할부금융 자산은 합산 기준 10조8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23억원(10.1%) 늘어났다. 리스 자산 또한 같은 기간 4조8619억원에서 6조3990억원으로 1조5371억원(31.6%)이나 급증했다. 

다만 경기둔화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으로 인한 카드 이용실적 감소, 지속적인 조달비용 부담 등은 카드사 실적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원 다양화에 나선 카드사들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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